“가자 상황 세계에 알리는 유일한 목소리”
이스라엘군 ‘하마스 세포 조직 연계’ 주장
국제기구선 “적대 행위 가담 증거 전혀 없어”
지난해 10월10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방송 기자 아나스 알샤리프가 가자시티 아랍 알리 병원 인근에 마이크를 들고 서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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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온갖 형태의 고통을 겪었고 수차례 상실을 맛보았지만 진실을 왜곡하거나 거짓 없이 있는 그대로 전하는 데 한 번도 주저한 적이 없습니다. 이는 침묵을 지킨 자들, 우리의 죽음을 묵인한 자들, 1년 반 넘게 이어진 학살 속에서도 이를 멈추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자들의 행태가 알라 앞에서 증거로 남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11일(현지시간) 새벽 알자지라 기자 아나스 알샤리프(28)의 엑스 계정에 그가 죽음에 대비해 생전에 작성했던 마지막 메시지가 올라왔다. 알샤리프는 전날 가자지구 가자시티 알시파 병원 정문 밖에 설치된 취재용 천막에 있다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가자지구 당국과 알자지라는 전날 이스라엘 공습으로 알샤리프를 포함한 기자 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기자 모하메드 크레이케와 카메라맨 이브라힘 자헤르, 모하메드 누팔, 모아멘 알리와가 사망했다.알시파 병원 관계자는 공습으로 다른 2명도 사망했다고 밝혔다.
11일(현지시간) 가자시티 알시파병원 이스라엘의 공습 현장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피해를 살펴보고 있다. 이 공습으로 알자지라 방송 기자 아나스 알샤리프 등 기자 5명이 사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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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지라는 알샤리프에 대해 “가자에서 가장 용감한 기자 중 한 명”이라고 칭하며 이 공격은 “가자 점령을 앞두고 목소리를 필사적으로 침묵시키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알샤리프가 하마스 세포 조직의 수장으로 활동하며 이스라엘과 민간인 군부대에 대한 로켓 공격을 주도했다”며 공습 정당성을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군은 알샤리프를 하마스 소속 기자 6명 중 한 명으로 지목했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서 압수한 문서라며 소속 대원들의 명단, 급여 명세서 등을 공개했는데 목록에 해당 기자들의 이름과 일치하는 성명이 적혀 있었다.
이에 알샤리프는 “나는 정치적 소속이 없는 언론인이다. 내 유일한 임무는 현장에서 진실을 있는 그대로, 편견 없이 보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치명적인 기근이 가자지구를 휩쓸고 있는 이 시기, 진실을 말하는 것이 점령군(이스라엘군)의 눈에 위협이 됐다”고 덧붙였다.
모하메드 모와드 알자지라 편집국장은 알샤리프가 공인된 기자로 “가자지구 상황을 세계에 알리는 유일한 목소리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1일(현지시간) 가자시티에서 AFP TV와 인터뷰 중인 알자지라 방송의 아나스 알샤리프.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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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표현의자유 특별보고관 아이린 칸은 지난달 “이스라엘군이 북부 가자시티에서 알자지라의 마지막 생존 기자인 알샤리프를 반복적으로 위협하고 비난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무함마드 셰하다 유로메드 인권 감시단 분석가는 “알샤리프가 적대 행위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며 “그의 일상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카메라 앞에 서 있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국제 언론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는 2023년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이래 186명의 언론인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특히 알자지라를 “하마스의 대변자”라 부르며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지난해 알자지라에 해당 지역 방송을 중단하라고 명령하고 사무실을 폐쇄한 뒤 요르단강 서안에 있는 알자지라 방송 사무실을 급습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알자지라 기자 이스라일 알굴과 카메라맨 라미 알리피가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사망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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