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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1 (일)

    [정동칼럼]한·중 정상회담과 남북 ‘평화공존’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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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초 한·중 정상회담이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열릴 분위기다. 지난 11월 초 7년 만에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한 지 두 달 만이다. 왜 이 시점인가? 양국 간 새로운 현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중국이 서둘러야 할 이유도 없었다. 이것은 우리가 4월 미·중 정상회담과 그 계기에 북·미 접촉을 염두에 두고 중국이라는 기회의 창을 열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2023년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한 이후, 대남부서를 없애고 남북대화의 문을 닫았다. 지난해 4월부터는 비무장지대에 대전차 장애물로 추정되는 방벽과 철조망을 설치하고, 지뢰 매설에 나서면서 자칫 충돌 위험도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강대국 정치가 부활하면서 국제사회가 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해 먼저 나설 동인이 없는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의 기회비용은 더 늘어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표현대로 ‘바늘구멍조차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천재일우와 같은 4월 국면을 그대로 흘려보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현재는 북한이 대화에 나설 유인이 크지 않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을 파병한 이후 북·러관계가 안정화되었고, 지난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 이후 북·중관계도 뚜렷하게 회복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은 ‘핵을 가진 정상 국가’라는 목표를 추진할 수 있는 유리한 정세가 조성되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한반도 문제에 대한 뾰족한 정책 수단이 없는 한국의 대화 제의에는 묵묵부답이다. 오히려 남북관계 발전으로 한류와 같은 ‘반동사상’의 유입과 흡수통일에 대한 우려도 거두지 않고 있다. 여기에 한·미 군사훈련을 하면서 대화하자는 것에 반발해 왔으며 미국의 대북 제재에 숨어 시간을 흘려보냈던 한국 진보정권에 대한 불신도 남아 있다.

    문제는 이러한 주어진 조건 속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우선 미·중 정상회담 계기에 북·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함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설득하는 외교력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중국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불러낼 이유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한·중 간 핵심 쟁점부터 점검해야 한다.

    우선 한반도 비핵화이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유지하고 있지만, 정세 변화에 따라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 정치적 해결만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조차 2025년 ‘국가안보 전략서’에 한반도 비핵화를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정세 변화와 무관하게 한반도 비핵화, 심지어 북한 비핵화를 관성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중 간 접점을 만들기 어려울 것이다. 또 하나는 중국이 대북 설득에 나서게 하기 위해서는 대만 문제와 일본의 역사인식에 대한 입장을 제시하는 것이다. 중국은 대만 문제를 내정에 속하는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면서 비타협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어느 일방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등을 여과 없이 사용해 왔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는 일본의 ‘존립 위기’라고 언급하면서 중·일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는 등 충분히 예정된 수순이었다. 이런 점에서 대만 문제, 일본의 과거사 문제는 2014년 시 주석의 한국 방문 때처럼 한·중 정상회담의 현안이 될 것이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전면적으로 복원하는 전기를 마련할 것이다. 그러나 서둘러 한·중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이유가 정세의 흐름을 바꿔 남북관계 변화를 추동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 핵심에 집중해야 한다. ‘교류-정상화-비핵화’ ‘동결-감축-폐기’는 북한을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 우리 서사를 말하고 싶은 것이었다. 더구나 대북 제재, 비핵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고수하면서 북한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관료적 상상력으로는 이 국면을 돌파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핵 없는 한반도를 위해 ‘평화공존’으로 무장하고, 한반도 평화체제의 바퀴를 비핵화 바퀴보다 먼저 돌리는 창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오직 하나의 중국만이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중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군더더기 없는 메시지 전달, 일본의 퇴행적 역사인식에 대해서는 미래는 역사의 거울이라는 한국적 문제의식을 환기할 필요도 있다. 그래야 중국이 북한과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작은 틈이라도 내고자 할 것이다. 의지가 현실을 압도할 수 없지만, 의지가 없이는 결코 현실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경향신문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이희옥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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