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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2 (월)

    [여적]국민 노래 된 ‘나는 반딧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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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한 여성이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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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의 힘은 막강하다. 한 소절이면 그 옛날의 나로 돌아갈 수 있다. 문득 옛 연인의 안부가 궁금해지기도 하고, 그 노래를 들었던 특정한 장소가 떠오르기도 한다. “아, 그땐 그랬지.” 그렇게 우리는 노래를 들을 때마다 돌아갈 수 없는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며 오늘을 살아간다.

    한국인은 듣는 것만큼 부르기도 좋아한다. 덕분에 골목마다 노래방이 넘쳐났었다. 한때 회식 2차는 노래방이 필수이던 시절이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노래방 문화는 쇠퇴했지만, 눈치 안 보고 노래 부르기엔 노래방이 제격이다. 누구나 즐겨 부르는 애창곡이 한두 곡은 있기 마련이다. 직장에선 곡명만 봐도 누가 부를지 다들 알았다. 트로트나 철 지난 발라드는 임원급이나 중간 간부 차지였다. 젊은 사원들이 부르는 최신곡이나 리메이크곡은 새로움·변화·재발견 같은 거였다. 잘은 못 불러도 서로 따라 부르다 보면 세대가 연결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목청껏 내지르다 보면 스트레스 해소는 덤이었다.

    노래는 시대의 대변자이기도 한지라, 유행하는 곡을 보면 사회상을 알 수 있다. 금영엔터테인먼트가 최근 노래방 반주기를 통해 집계한 결과, 올해는 ‘나는 반딧불’이 국민이 가장 많이 부른 노래로 뽑혔다. 가수 황가람이 부른 이 노래는 인디밴드 중식이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곡이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이 가사를 되새기다 보면 저 말에 동의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너나없이 팍팍한 세상, 이 노래가 가슴으로 들어온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인지 ‘나는 반딧불’ 노래 유튜브 영상 댓글에는 수많은 사연이 올라 있다. “수능 끝나고 입시 결과 발표 나면서 들으니까 그냥 눈물이 쏟아져요.” “어렸을 땐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고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도는 줄 알았는데 막상 나이 들고 나니 난 너무나 작고 초라해 보였어요.” 이 노래가 고달픈 순간들을 달래주어 위로를 받았다는 고백들이다. 노래를 부른 황가람 역시 가수가 되기 위해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도 몇번이나 되뇌어야 했을까. 새해에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별이 되길 빌어본다.

    이명희 논설위원 mins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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