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의회서 '불법단체' 지정 법 통과
9일 영국 런던 의회 광장에서 열린 친팔레스타인 집회에서 한 시위자가 경찰관들에게 연행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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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점령 계획에 반발하는 시위가 유럽 각지에서 확산된 가운데 영국 경찰이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나선 500여 명을 체포했다. 앞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지난달 29일 여름 휴회 기간에 이례적으로 각료회의까지 열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휴전에 동의하지 않으면 오는 9월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은 전날 런던 의회 광장에서 시위에 나섰다가 경찰에 체포된 ‘팔레스타인 액션’ 소속 회원 등 집회 가담자가 522명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발표된 400여 명에서 체포자 숫자를 갱신한 것으로, 경찰은 이들에게 ‘팔레스타인 액션’ 단체를 지지하는 플래카드를 게시한 혐의 등을 적용했다.
경찰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겠다”는 영국 정부의 최근 입장과 배치되는 듯한 행보를 하는 것은 지난달 초 이 단체가 불법단체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이 단체 활동가들은 지난 6월 20일 영국군의 이스라엘 지원에 항의하기 위해 영국 남부의 공군 기지에 난입, 공중급유기 2대에 붉은 페인트를 뿌리는 등 훼손했다. 이전에도 이스라엘군 지원을 의심한 방산업체를 공격의 표적으로 삼기도 했다. 이에 영국 의회가 이 단체에 대한 공개 지지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영국 경찰은 시위자들이 경찰의 체포를 유도해,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한다고 보고 있다. 이베트 쿠퍼 내무장관은 “시위할 권리와 불법단체에 지지를 표명하는 것은 매우 다르다”며 “이 단체는 비폭력단체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시위자들은 “총리 발표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며 우리를 체포할 게 아니라 무기를 파는 사람들을 체포하라”고 촉구했다.
베를린= 정승임 특파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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