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 재보궐 출마… 혁신당 "앞서간 얘기"
"정의당과 달라"… 당 재건에 집중할 듯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해 3월 2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본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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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자유의 몸'이 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이른 귀환에 범여권이 술렁이고 있다. 조 전 대표의 정치 복귀가 현실화하면서, 여권에선 차기 대권 주자 경쟁이 조기에 달아오를 것이란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당장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분수령이다. '조국 파워'를 얼마나 뿜어내느냐에 따라 조국 전 대표와 혁신당의 정치적 미래가 걸려 있다. 선택지는 여럿이다. 서울 또는 부산시장에 직접 등판해 체급을 키우거나,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로 여의도 복귀를 택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과의 범여권 연대 차원에서 합당 시나리오도 거론되지만, 차기 대권까지 정치적 몸값을 띄우며 당분간 독자 노선을 걸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가 당분간은 당 재건에 매진할 것이란 입장이다.
①예고된 호남 혈투에 피어오르는 합당설
돌아온 조 전 대표 앞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시나리오는 민주당과 혁신당과의 합당설이다. 실제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개인 의견'을 전제로 조 전 대표와 혁신당에 합당을 제안하기도 했을 만큼, 뜬구름 잡는 얘기는 아니다. 혁신당 관계자는 "합당에 대한 입장과 무관하게 그런 얘기들이 물밑에서 나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재명(오른쪽)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8월 21일 국회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만나 손을 맞잡고 있다. 고영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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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설에 불을 지피는 쪽은 민주당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혁신당과 '호남 혈투'를 벌여야 하는게 껄끄러워서다. 민주당으로선 당력이 분산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호남 일부 지역에서 패배할 경우, 전국 선거를 이기더라도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내년 지방선거 성적표를 연임 명분으로 삼아야 하는 정청래 대표에게도 부담이다.
실제 호남에서 혁신당의 위력은 이미 증명됐다. 혁신당은 지난 총선 호남 비례대표 선거에서 45.74%를 얻어,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37.92%)을 제치고 민주당 텃밭을 평정했다. 올해 4월 전남 담양군수 재선거에서는 민주당을 꺾고 첫 지방자치단체장을 배출할 만큼 민주당에는 실존하는 위협이다.
혁신당은 합당에 느긋한 입장이다. "아쉬운 건 민주당이지 우리가 먼저 판을 깔 필요는 없다"(혁신당 관계자)는 것이다. 합당 시 조 전 대표의 위상이 "민주당 원외 인사 중 한 명"으로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혁신당 입장에선 몸값을 최대한 키워 합치는 게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다만 분열의 책임을 떠안을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민주당과 혁신당 후보가 경쟁하다 국민의힘에 승리를 넘겨주는 건 혁신당도 끝내 피하고 싶은 그림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선 벌써부터 견제구가 상당하다. 한 호남 지역 민주당 의원은 "조 전 대표에 대한 호남 유권자들의 미안함은 이번 사면·복권으로 끝났다"고 일축했다.
정청래(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선민 조국혁신당 당 대표 권한대행이 지난 5일 국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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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서울·부산 시장 출마? 뱃지 입성?
조 전 대표 개인의 정치적 행보를 두고는 크게 두 갈래로 갈린다. 먼저 지방선거 '등판론'이다. 범여권에선 서울시장이나 부산시장으로 출마해 이재명 정권 승리의 흥행몰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민주당에선 특히 조국 부산시장 출마 요구설이 피어오르는 분위기다. 반면 차기 대선까지 5년이 남은 만큼 인천 계양을이나 충남 아산을 등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가 여의도로 복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김선민 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긴급기자회견에서 "조 전 대표의 출마 얘기는 너무 앞서 나간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조 전 대표가 친문재인계 대표주자인 만큼, 친이재명계로 재편된 민주당의 역학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조 전 대표의 인지도와 정치적 영향력을 감안하면, 흩어져 있는 친문계 구심점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③쓴소리하는 우군? "정의당 길 가지 않을 것"
민주당과 혁신당의 관계 설정도 관심사다. 혁신당은 지난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 3년은 너무 길다'는 구호와 함께 진보 진영 개혁의 '쇄빙선' 역할을 자처하며 민주당과의 차별화로 정치적 존재감을 뽐냈다. 하지만 정청래 대표 체제가 들어서며 민주당이 강경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나선 만큼, 혁신당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혁신당은 진보 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민주당을 향해 '쓴소리하는 우군' 스탠스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왕진 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MBC라디오에서 "경제·사회 정책에 있어서 혁신당이 조금 더 진보적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만큼, 이런 차이를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혁신당 관계자는 "차별화에만 매달렸던 정의당의 길을 가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생산적 협력과 건강한 경쟁관계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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