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관 한국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그래픽=이지혜

국책연구기관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유지했다. 지난 5월(1.6%→0.8%) 절반 가까이 낮춘 뒤 그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따른 소비 증가로 성장률이 0.1%포인트(p) 오를 가능성은 있지만 건설투자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0%대 성장률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KDI는 12일 발표한 '경제전망 수정'에서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유지했다. 이는 국내외 주요기관이 내놓은 전망치와 같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도 지난 5월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낮췄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6월 1.0%의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했다.

KDI가 0%대 전망을 고수한 이유는 건설투자 부진 때문이다. 고금리로 위축된 건설수주가 반영되며 지난해(-3.3%)에 이어 올해(-8.1%)도 큰 폭 감소가 예상된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건설투자 부진이 점점 완화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부진이 장기화하고 여러 구조적 요인도 반영되면서 건설투자 상승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며 "1%대 성장하는 경제에서 '-8.1%'라는 숫자는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2차 추경으로 민간소비가 회복되며 건설경기 부진을 일부 상쇄할 것으로 봤다. KDI는 2차 추경이 올해 GDP(국내총생산)를 0.1%p포인트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정 실장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으로) 집행된 금액 전부가 소비 증가로 이어지진 않고 (기존 소비 대체 효과 등에 따라) 일부분이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2차 추경 규모만 보면 0.1%p보다 크겠지만, 실제 2차 추경의 성장률 상향 효과는 0.1%p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KDI는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를 1.3%로 지난 전망 대비 0.2%p 상향 조정했다.

수출 부문에서는 관세효과가 지난 전망에서 선반영돼 이번 수정 전망에 큰 변화는 없었다. 다만 상호관세 시행 전 선제적 수출이 증가한 점을 반영해 올해 상품수출(물량 기준) 증가율을 -0.3%에서 1.3%로 1.6%포인트 높였다.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기업들이 초반엔 마진 축소 등의 방식으로 충격을 흡수할 수도 있어 관세 인상의 부정적 효과가 바로 나타나진 않는다"며 "하지만 고율 관세가 지속되면 가격전가를 미룰 수 없고 올해 선제적 수출 효과가 내년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KDI는 그동안 강조해온 금리 인하 필요성에 대해, 최근 여건 변화로 시급성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정 실장은 "추경 등 재정정책으로 민간소비가 상향된 점을 감안하면 금리 인하 시급성은 축소됐다"며 "추가로 재정정책을 해서 올해 성장률을 추가로 끌어올리기는 어렵고 필요하다면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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