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저지 위한 조치"
네타냐후 총리 "대이스라엘" 언급도
극우 성향의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이 14일 신규 정착촌 건설을 예고한 서안지구의 마알레 아두밈 정착촌 인근 E1 지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마알레 아두밈=AF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스라엘이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 사이에 유대인 정착촌을 신규 건설하기로 했다. 정착촌이 만들어진다면 서안지구는 남북으로 갈리고 동예루살렘으로 가는 길도 막히게 된다. 아랍권은 물론 국제사회가 일제히 비판에 나섰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대이스라엘'을 언급하며 서안지구를 손아귀에 넣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국 가디언은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다음 주 최고계획위원회를 열고 서안지구 E1 지역 정착촌 건설을 허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날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이곳에 주택 3,400개 규모의 정착촌을 신규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E1 지역은 서안지구를 동예루살렘과 잇는 요충지다. 이곳에 정착촌이 건설된다면 서안지구는 남북으로 갈리고, 동예루살렘으로 가는 길도 가로막힌다.
이스라엘이 이곳에 정착촌을 만드는 이유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방해하기 위해서다. 동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 국가가 승인되면 수도로 삼기로 국제사회가 약속한 곳이니, 서안지구에서 동예루살렘으로 향하는 길목을 차단해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13일 성명에서 "팔레스타인 국가라는 개념을 없애 버리기 위해 취하는 조치"라고 정착촌 건설 이유를 설명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13일 "'대이스라엘 비전'에 애착이 있다"며 영토 확장 야욕을 드러냈다. 대이스라엘 비전은 구약성경에 나오는 약속의 땅인 서안지구, 가자지구, 골란고원까지 이스라엘 영토를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에 정착촌 건설 계획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15일 성명에서 "이스라엘 정부의 E1 정착촌 계획 추진 결정은 국제법 위반이자 두 국가 해법을 더 해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랍연맹은 네타냐후 총리 발언에 대해 "용납도 용인도 할 수 없는 확장주의적, 공격적 의도"라며 "식민주의 망상에 사로잡힌 사고방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 자체가 국제법상 불법이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 전쟁 승리 후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불법 점령하고 이곳에 유대인이 거주하는 정착촌을 건설했다. 2024년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정착촌은 불법이고, 가급적 빨리 중단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변수는 미국이다. 이스라엘은 1990년대부터 이 지역에 정착촌을 만들려고 했지만, 갈등이 격화할 수 있다는 미국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정착촌 건설을 발표하며 "네타냐후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개발에 합의했다"고 언급했다. 미국 국무부는 이에 대해 "안정된 서안지구는 평화 달성에 부합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냈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