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제 덮고 갈 수 없다" 文 정부 대비돼
'반중 이미지' 불식하고 트럼프와 협상 취지
일본 총리 '반성' 언급에 '관계 복원' 파란불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참석자들과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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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의 광복 80주년 대일본 메시지는 '과거의 일을 잊지는 않겠다. 다만 미래로 가는 걸음은 멈추지 않겠다'로 요약할 수 있다. 강제동원,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를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선결조건으로 내세운 과거 다수 정부와 달리 한일 간 외교·안보·기술 협력은 불가피하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의 전향적 태도에 화답하듯 일본에선 13년 만에 총리의 '반성' 메시지가 나왔다.
이 대통령은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에서 올해가 한일수교 60주년을 맞는 해임을 상기시키며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은 마당을 같이 쓰는 우리의 이웃이자 경제발전에 있어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동반자"라며 "양국이 신뢰를 기반으로 미래를 위해 협력할 때 초격차 인공지능(AI) 시대의 도전도 능히 헤쳐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권인 문재인 정부의 첫해인 2017년 광복절 메시지와 대비되는 지점이다.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은 광복절 축사에서 "한일관계의 미래를 중시한다고 해서 역사 문제를 덮고 넘어갈 수는 없다"며 위안부 및 강제 동원 문제를 언급하며 일본의 성의 있는 태도를 촉구했다.
이에 비해 이 대통령은 "우리 곁에는 여전히 과거사 문제로 고통받는 분들이 계신다"면서도 위안부 문제 등 구체적 현안을 언급하지 않는 식으로 수위를 조절했다. 대신 "국익중심 실용외교의 원칙으로 셔틀외교를 통해 자주 만나고 솔직히 대화하겠다"며 정상 간 외교를 통해 한일관계의 주요 전기를 만들겠다고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오는 24~26일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한 미국 방문에 앞서 23, 24일 일본을 먼저 찾는 이례적 일정을 짜둔 상태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부터 방문하며 미국이 가지고 있던 우리 정부에 대한 편견이 일거에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 간 협력 수위를 먼저 끌어올려 이재명 정부에 씌워진 '친중국' 이미지를 털어낸 뒤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겠다는 구상이란 뜻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이날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전쟁의 반성과 교훈을 지금 다시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고 밝힌 것도 긍정 신호다. 일본 정부는 이 대통령의 야당 대표 시절 '반일' 이미지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 이후 '실용외교'를 앞세우며 전임 정부의 대일 유화 기조를 유지하는 것을 긍정 평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 직후 이시바 총리가 '반성' 메시지로 호응하면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상에도 힘이 실리는 모양새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선거에서 연패하고 있는 이시바 총리의 불안한 정치적 입지와 자민당의 우경화 흐름은 변수로 꼽힌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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