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통일 독트린은 ‘반북 흡수통일’”
“가치와 이념에 지나치게 경도 등 문제”
“대통령 경축사, 평화 공존 정책 분명히”
남북 9·19 군사합의 단계적 복원 추진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이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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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전임 윤석열 정부에서 내놓은 ‘8·15 통일 독트린’을 공식적으로 폐기했다. 통일 독트린은 북한 정권 붕괴에 따른 흡수통일을 지향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가 남북 간 대화와 관계 개선 의지를 재차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18일 이재명 대통령의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사 내용을 두고 “지난 윤석열 정부의 8·15 통일 독트린의 ‘반북 흡수통일’, ‘자유의 북진론’을 폐기하고 평화 공존의 대북정책 기조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경축사에서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반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발표한 통일 독트린은 북한 주민의 자유 열망을 이끌어내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전략으로 사실상 흡수통일을 표방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는 통일 독트린을 국내외에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북한은 이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구 대변인은 “통일 독트린은 발표 당시에도 자유와 인권 등 가치와 이념에 지나치게 경도됐고, 수립 과정에서 대국회 의견수렴 미비 등 절차적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통일 독트린 폐기는 흡수통일 등을 통해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는다는 대북정책 기조를 거듭 강조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또 행동을 통해 한반도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의 진정성을 보여주겠다는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4일 담화에서 한국 헌법의 통일 조항을 두고 “흡수통일을 하려는 망상을 명문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또 한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며 남북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헌법에 반영하겠다고 예고했다.
기존 남북 합의를 이행하는 차원으로도 풀이된다.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는 남북이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고, 상대를 파괴·전복하는 행위 및 적대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확성기 시설을 철거한 조치도 기존 남북 합의 준수에 해당한다.
구 대변인은 “정부는 앞으로도 한반도의 실질적 긴장 완화와 남북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를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합의 가운데 이행이 가능한 내용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미는 이날 하반기 연합연습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시작했다. 한·미는 UFS 기간에 계획한 야외실기동훈련(FTX) 40여건 가운데 20여건을 다음 달로 연기했다. 폭염 등을 이유로 들었으나 대북 유화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왔다. 북한이 연습 기간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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