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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9 (금)

    석화 구조조정, 조선업과 닮은꼴 예고…싱크로율 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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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신호등' 역할 기대…대주주 고통 감내 압박 불가피
    체질개선 관건은 '시간'…정부 R&D·금융 지원 장기간 필요


    위기를 맞은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조정 큰 틀이 짜여진 가운데 개별 기업들 역시 본격적인 자구계획안 수립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구조조정이 과거 조선업과 큰 틀을 공유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구조조정이 본격화한 이후 얼마나 오랜 기간 지원이 이어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란 의견도 나온다. 조선업 과 달리 업황 개선 여지가 떨어지는 데다가 고부가 가치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선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거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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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화 구조조정, '큰 틀'은 조선업과 닮은 꼴?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기업들은 지난 20일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 발표 직후 이를 위한 자구계획안 마련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내놓은 구조조정 핵심은 △과잉 설비 감축 △고부가 가치 제품 전환 △재무 건전성 확보 △지역경제·고용 영향 최소화 등으로 좁혀진다. 이 조건들을 최대한 충족하는 자구안을 내놓은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세제·규제 등 다방면으로 지원을 해준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이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지원도 없다는 엄포도 놨다.

    업계에서는 이번 구조조정이 과거 조선업 구조조정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2016년~2017년간 진행된 조선업 구조조정과 마찬가지로 개별 기업들의 방안을 살펴 본 후 정부 주도하에 단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거다.

    개별 기업들이 인력 및 시설 감축 방안을 내놓으면 인력 감축에 따른 인건비를 일부 지원하거나, 설비 매각 시기 등을 조율하는 방식 등이 유력하다. 또 기업간의 결합(M&A)이 어려워 파산 혹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기업 발생시 시기를 조절해 순차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조만간 어떠헌 설비를 줄일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다만 설비 축소 시기 등은 전체 기업 자구안을 종합한 후 정부 방침에 맞춰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했다.

    아울러 조선업 구조조정 당시와 마찬가지로 대주주들의 고통 감내를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대주주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구계획이 수월할 수 있도록 지원하지 않는다면 '대마불사'를 기대하지 않도록 한다는 거다.

    실제 최근 여천NCC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닥쳤을 당시 두 대주주(한화 및 DL)간의 의견 차이로 지원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이에 대해 석화업계 호황 땐 수천억원의 배당을 받아가고 이제와서 외면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한화와 DL은 지난 1999년 여천NCC를 합작 설립한 이후 각각 2조215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받았다.

    정부부처 한 고위 관계자는 "한화와 DL이 석화사업 호황 당시엔 수천억원의 배당이득을 취해놓고 위기가 닥치자 서로의 탓을 하며 지원이 늦춰진 데에 대해 평가가 좋지 못했다"라며 "정부가 최근 구조조정을 주도하면서 대주주의 책임있는 모습을 계속해서 요구해 왔는데 석화업계에서도 이를 매우 유심히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건 '시간'

    업계에서는 정부에서 이번 구조조정 지원이 '장기간' 이뤄질 수 있다는 확신을 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년 안에 위기를 극복하고 국내 핵심 산업으로 재도약한 조선업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석화산업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재 NCC(납사분해설비) 중심의 산업 구조에서 고부가가치 중심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거다.

    이는 현재 석화업계의 위기가 NCC중심의 산업구조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오랫동안 제기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NCC는 원유를 수입해 나프타를 확보한 이후 플라스틱, 합성수지 등을 만들기 위한 유분을 확보하는 사업을 말한다. NCC를 고수하면 중국과 중동 등지에서 싼 가격에 원재료를 공급받아 시장의 질서가 바뀌면서 발생한 국내 석화산업의 위기에서 탈출할 수 없다는 거다.

    NCC를 대체할 만한 제품으로는 이차전지 및 반도체용 소재, 친환경 소재 등으로의 전환이 유력한데 이 절차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R&D(연구개발)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이 적지 않게 소모될 거라고 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체질 전환을 위한 준비는 그간 지속해 왔으나 적자가 장기화 하면서 추진속도가 더뎌진 부분이 있다"라며 "자구계획 방안에 따라 R&D 지원 및 세제혜택이 제공된다 하더라도 단기간에 그쳐서는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체질 개선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라며 "국책은행뿐만 아니라 민간 금융회사 등도 함께 동참해 체질개선 시 자금경색이라는 추가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문제는 장기간 지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이런 우려는 당장 자금 지원에 나서야 하는 금융권에서 제기된다. 장기간 지원이 이뤄진 조선업 구조조정과 달리 '슈퍼사이클'을 기대하기 힘들어 자칫 한계기업에게 돈만 퍼주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일단 정부 측 요청에 따라 당장 우산을 빼앗진 않겠지만 마냥 장기 지원을 하기는 어렵다"라며 "석화 산업은 이미 해외에 경쟁력이 크게 뒤처져 있어 사이클이 도래해도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가 조선업에 비해 우리나라 경제에서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져 명분을 장기적으로 유지할수 있을지는 지속해서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R&D를 통한 양산 성공이라는 탈출구를 마련까지 얼마만큼 시간을 단축하느냐가 산업 재편의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며 "장기지원과 좀비기업 양산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게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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