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지난 현재…'부정적 감정' 높고 충격적 사건으로 꼽아
전문가 "간접 경험도 심각한 트라우마…SNS 노출 막아야"
2022년 이태원 참사 상황을 미디어로 접한 시민들도 장기간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는 연구 결과를 AI를 활용해 이미지로 생성. /사진=챗GP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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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지난 2022년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관들이 최근 '참사 트라우마'를 겪다 잇따라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가운데, 참사 상황을 언론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한 일반 시민들도 장기간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4일 이영주 연세대학교 교육연구소 연구원과 김시형 성균관대학교 외상심리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이태원 참사의 간접적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설문 조사한 결과를 지난 6월 저널 '통계연구'를 통해 발표했다. 이 조사는 지난해 3월 29일부터 4월 4일까지 만 20∼39세 일반인 6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했다.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약 322명(53.7%)은 이태원 참사를 매체로 접하고 느낀 슬픔과 괴로움에 대해 '매우/꽤 슬프고 괴로웠다'고 답했다. 참사가 발생한 2022년 10월 29일부터 약 1년 반이 지난 뒤 조사를 진행했지만, 여전히 해당 사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사고 이후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이태원 참사로 힘들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참사 이후 다른 스트레스·트라우마 유발 사건이 있었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이태원 참사를 가장 충격적인 사건으로 꼽기도 했다. 응답한 비율이 10% 이상이나 됐다.
연구팀은 "이태원 참사 당시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현장 영상과 사진이 빠르게 확산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의 심리적 충격이 심화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간접 트라우마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에 "트라우마에 취약한 사람들은 간접 경험으로도 직접 목격한 경우보다 더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또 트라우마나 PTSD를 겪는 사람들을 위해 사회적 지지와 치료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냈다.
임 교수는 "혼자 끙끙 앓다가 자포자기하거나, 심각한 상황까지 진행되는 경우가 꽤 있다"면서 "친구나 가족에게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그럼에도 증상이 3∼6개월 정도 지속되면 전문가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간접적 심리 충격을 주는 주된 통로가 SNS라는 점에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연구팀의 이영주 연구원은 "참사 뉴스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알고리즘이 참사 콘텐츠를 계속 보여준다. SNS 아이디를 바꿔 가입해 알고리즘 자체를 바꾸는 것도 방법"이라며 "SNS가 충격적인 영상과 사진을 자체적으로 걸러낼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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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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