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 팬데믹 전후와 비교해 크게 낮아
해고율, 사상 최저치 근접…'노동 저장' 현상
겉으론 실업률 낮아 보이지만 취약한 상황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용시장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며, 그 취약성과 경제에 미치는 위험이 부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 불확실성 커지자 저채용·저해고
미국 고용 시장에서 채용 둔화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6월 고용률(전체 고용 인원 중 신규 비율)은 3.3%에 불과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20년 2월의 3.9%보다 낮고, 2021년 11월 고용시장이 급격히 회복되던 시기의 4.6%에 비하면 훨씬 낮은 수치다.
채용이 부진한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관세 정책이 일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기업은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채용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7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제조업 설문조사에서 한 기업 임원은 “관세 변동은 관망을 요구한다. 전망할 방법이 없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기 전부터 채용 증가세는 이미 둔화한 상태였던 만큼 연준이 물가 상승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높이고, 팬데믹 이후 기업들이 인력을 과도하게 채용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WSJ은 진단했다.
지난 4월 플로리다주에서 개최된 한 취업 박람회 개장을 기다리며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사진=AFP) |
그렇다고 기업들이 해고에 적극적인 것은 아니다. 6월 기준 전체 고용 대비 해고 비율은 1%로, 2021년 기록한 사상 최저치인 0.9% 미만에 근접했다. 실업보험 청구건수 역시 지난 1년간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불확실성 속에서 인력을 쉽게 줄이지 않는 ’노동 저장’(labor hoarding) 현상 때문으로 보인다. 1963년 경제학자 아서 오쿤은 “미숙련 노동자를 나중에 새로 채용하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해고를 남발하는 기업은 인재 유치와 유지에 불리하다는 것이다. 팬데믹 때 대량 해고 이후 대체 인력을 찾기 힘들었던 경험 때문에 최근에는 이 같은 노동 저장 성향이 더 강해졌다는 진단이다.
낮은 실업률은 착시…타이밍 놓치면 ‘빅컷’ 불가피
WSJ은 이 같은 ‘저채용·저해고’ 상황은 겉으로는 보기엔 낮은 실업률 덕분에 고용 시장이 안정됐다는 착시를 주지만, 실제로는 고용 시장의 불안정이 높아졌다는 증후라고 해석했다.
매달의 일자리 증감은 신규 채용자 수에서 해고·퇴직·이직 인원을 뺀 수치로 결정된다. 채용이 적은 상황에서 해고가 조금만 늘어나도 순고용 감소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예컨대 6월 해고자는 약 160만 명으로 해고율은 1%였다. 이 수치가 팬데믹 직전 2020년 2월의 1.3%로만 높아져도 해고자는 200만 명을 넘는다. 채용 증가가 없는 상황에서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채용이 추가로 줄어들면 현저한 일자리 감소가 나타나게 된다. 컨퍼런스보드는 최근 조사에서 미국 기업의 5분의 1이 올해 하반기 채용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1년 전 같은 시점보다 두 배에 가까운 비율이다.
이런 이유로 물가가 여전히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음에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고용 시장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22일 잭슨홀 심포지엄 연설에서 현재 고용 시장을 “기묘하다(curious)”고 표현했다. 이민 제한으로 인한 노동 공급 감소가 수요 위축 효과를 상쇄하면서 실업률이 낮게 유지되고 있지만, 그 불안정한 균형 속에서 고용시장 악화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그런 위험이 현실화되면, 해고 급증과 실업률 상승이라는 형태로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7월 고용보고서 발표 후 고용 시장 침체에 대한 연준의 우려는 한층 커졌다. 7월 비농업 고용은 7만3000명 늘어나는 데 그쳐 예상치(10만명)를 크게 밑돌았다. 특히 5~6월 통계는 25만8000명이나 하향 조정됐다.
WSJ는 저채용·저해고 상황이 반드시 고용 시장 붕괴 결과를 이어지는 건 아니라면서도 연준을 불안하게 만들기엔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존 파우스트 존스홉킨스대 금융경제학센터 연구원은 “고용 감소의 임계점에 가까워지면 작은 요인만으로 상황이 급속히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파월 의장으로 재임 첫 6년간 선임 고문으로 일했다.
고용 시장이 악화되면 기업과 소비자가 지출을 줄이고 해고가 늘어나면서 경기 침체로 악순환에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 WSJ은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연준은 이를 바로잡기 위해 대폭의 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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