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범죄 규탄" 국제사회 질타
프랑스·독일 등 공습 철저한 조사 요구
트럼프 "악몽 2, 3주 안에 끝낼 것"
25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거대한 연기가 치솟고 있다. 가자지구=AP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병원을 공습해 언론인을 포함해 20명이 숨진 사건으로 국제사회의 공분이 확산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례적으로 유감을 표명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서방국가를 비롯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악몽을 끝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종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이날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을 공격해 언론인 5명을 포함해 최소 20명이 사망했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에 따르면 초기 공격으로 1명이 사망했고, 이스라엘이 같은 장소에 두 번째 공격을 가하면서 현장으로 달려와 구조활동을 하던 구조대원들과 의료진, 기자들까지 숨졌다. 보건당국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에서 유일하게 운영 중인 공립병원을 직접 타격한, 극악무도한 범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난했다. 그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기자들이 하마스와 연계돼 활동한다고 주장해왔지만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25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리야드 다가(가운데)가 프리랜서 기자인 딸 마리암 다가의 시신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마리암은 이스라엘의 나세르 병원 공습으로 다른 언론인, 민간인들과 함께 희생됐다. 칸유니스=AP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군의 병원 공습에 비난을 쏟아냈다. 나세르 병원은 전쟁 피해를 입은 이들이 치료를 받는 곳이자, 외신기자들이 가자지구 상황을 전하기 위해 대기하던 장소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엑스(X·옛 트위터)에 "이미 제한적인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이스라엘군의) 반복적인 공격으로 더 악화하고 있다"며 "의료시설을 향한 공격을 멈추고 지금 당장 휴전하라"고 규탄했다.
이스라엘과 요르단강 서안, 가자지구 등에서 활동하는 기자들을 위한 외신기자협회(FPA)도 이날 성명을 내고 "아무 경고도 없이 공습이 이뤄졌다"며 "이스라엘은 언론인을 표적으로 삼는 혐오스러운 행태를 당장 중단하라"고 밝혔다. 프랑스·독일·영국·캐나다 등도 잇따라 성명을 통해 "전쟁 범죄"로 규탄하며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네타냐후, "언론인 표적 아냐"... 트럼프 "기분 좋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국제 여론이 악화되자 네타냐휴 총리는 이번 폭격을 "비극적 사고"로 규정하며 이례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언론인과 의료진의 노고를 소중히 여긴다"면서도 "전쟁의 표적은 하마스 테러리스트이고, 하마스를 격퇴하고 인질들을 귀환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도 나세르 병원을 공격한 것을 인정하면서 "(하마스와) 관련되지 않은 개인에게 피해를 준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한 질문에 "기분이 좋지 않고,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 보고 싶지 않다"며 "우리는 악몽을 끝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가자지구에 2, 3주 이내에 꽤 좋고, 확실한 종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종전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는 상당히 자주 소통한다"며 "우리는 매우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전쟁을 조속히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가자지구 보건부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날까지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에 총 6만2,744명이 숨지고 15만8,259명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