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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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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지율 1위 영국 극우당 대표 "총리 되면 난민 60만 명 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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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 회견
    현재 5석 불과한 개혁당, 지지율 선두
    차기 총선에서 집권 가능성도 거론


    한국일보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가 26일 영국 키들링턴의 옥스퍼드 공항에서 집권 시 망명 신청자들을 추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키들링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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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우 성향의 영국개혁당(Reform UK)이 집권 시 5년 내에 불법이민자 60만 명을 추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영국 의회 내 개혁당 의석은 현재 5석(총 650석)에 불과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9%를 기록, 집권당인 노동당(22%)을 누르고 1위를 기록했다. 지금 같은 지지율이 이어진다면 2029년 총선에서 원내 1당으로 올라서며 270석 이상을 확보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나이절 패라지 개혁당 대표는 26일(현지시간) 영국 키들링턴 옥스퍼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국이 불법 이민자들에게 침략당하고 있다”며 “(우리가 집권하면)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해 불법 입국한 모든 이민자을 즉시 구금하고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개혁당이 차기 총선에서 승리하면 패라지 대표는 총리가 유력하다.

    개혁당은 또 추방을 더 쉽게 하기 위해 유럽인권조약(ECHR)에서 탈퇴하고 별도의 인권 규정을 만들겠다고 했다. 내무부 장관에게 불법 이민자를 추방할 법적 의무를 부여하는 게 대표적이다.

    ‘당근과 채찍’ 정책도 병행한다. 이주민들에게 자발적으로 귀국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고 이에 응할 시 2,500파운드(약 470만 원)를 제공할 방침이다. 단기적으로는 5년간 100억 파운드의 예산이 들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민자에 투입되는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개혁당의 판단이다.

    영국은 난민협약과 국내법에 따라 망명 신청자들이 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숙소와 최소한의 식사를 제공해야 한다. 과거에는 이들의 거주지로 민간 주택을 제공했지만 코로나19 이후 호텔이 그 역할을 대신하면서 투입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반대로 추방된 이민자는 평생 영국에 재입국을 못 하도록 하고, 르완다나 알바니아에 이주민 수용소를 꾸려 추방 대기 중인 이민자를 수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패라지 대표는 망명 신청자들이 송환될 경우 고문이나 살해 위험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죄악을 우리가 책임질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망명 신청자 전년 대비 20% 증가



    한국일보

    시위대가 24일 영국 에핑의 벨 호텔 밖에서 반(反)이민 시위에 참석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망명 신청자에게 제공하는 이 호텔에는 얼마 전 14세 소녀를 성폭행한 에티오피아 출신 망명 신청자가 머물렀다. 에핑=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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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혁당의 이 같은 강경책이 먹히는 건 영국에서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점차 확산되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에티오피아 출신 망명 신청자가 14세 소녀를 성폭행한 것이 반이민 정서에 불을 붙였다. 런던 일대에서는 난민 수용 시설로 쓰이는 호텔 앞에서 대규모 반이민 시위가 열리는 중이다. 에티오피아 출신 망명 신청자 역시 영국 정부가 제공한 런던 외곽의 호텔에 머물고 있었다.

    지난해 기준 영국에 접수된 망명 신청은 10만8,100건으로 전년 대비 20% 늘었고 올해 소형 선박으로 영국에 들어온 인원은 2만8,947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개혁당의 ECHR 탈퇴 계획에 대해 “진지하지 않은 제안으로 이를 시행하면 영국은 러시아나 벨라루스 같은 진영에 속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반면 ECHR 탈퇴와 이민자 즉각 추방을 포함한 반이민정책을 내놓았던 보수당은 “개혁당이 우리 정책을 베꼈다”고 반발했다.

    베를린= 정승임 특파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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