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6 (토)

    韓 '자동차 관세 15%' 美 '대미 투자' 명문화 버티기에 공동성명 불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례적 공동성명 채택 불발 배경
    미국, 협상 막판에 요구 쏟아내
    韓, 의도적 협상 지연 전술 대응


    한국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 도출되지 않은 배경에는 자동차 관세율과 대미 투자 규모 등 민감한 항목에 대한 양측의 '줄다리기'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로 불리한 내용을 명문화한 합의문에 도장을 찍느니 후속 협상을 도모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 따라 의도적 '협상 지연' 전술을 펼쳤다는 것이다.

    28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직전까지 공동성명 도출을 전제로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회담이 종료된 지 사흘이 지난 현재까지 공동성명이나 이를 대신할 팩트 시트도 나오지 않고 있다.

    회담 결과에 대한 공식 문서화가 불발에 그친 것은 협상 막판 미국 측이 관세협상 당시 한국 측이 약속한 '3,500억 달러(약 485조 원)의 대미 투자의 구체적 내역을 공동성명에 명시하자는 주장을 한 탓이 컸다. 한 정부 관계자는 "대미 투자액 중 직접 투자 규모를 언제 쓸 것인지를 확정하는 문안을 요구해 왔다"고 했다. 조선 협력을 통한 간접 투자금액인 1,500억 달러(약 208조 원)를 제외한 2,000억 달러(약 277조 원)를 언제 어떻게 지출할지 문서로 남기자고 요구했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미국 측은 지난달 말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한 한미 관세협상 합의를 성명에 명시하자는 한국 측 주장을 거부했다고 한다. 한미가 이미 자동차에 대한 15% 관세 부과에 합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하에 대한 행정명령을 내리지 않으면서 한국산 자동차는 아직도 25% 관세율을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대미 투자 시기와 방법에 대한 확답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측은 이러한 요구를 수용할 이유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공동성명 채택 불발과 관련해 "협상이 빨리 되는 게 유리하다는 근거는 별로 없다"며 "전술적으로 시간을 가지는 게 나쁘지 않다는 내부적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품목 관세뿐 아니라 어떤 명문화 형식들은 나중에 갖춰질 가능성이 높다"며 "여러 복합 요인에 기인해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대미 투자 시기와 방법 등을 확정해 문서로 남기면 다른 분야 협상에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에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 측 요구를 못박기 보다 추가 협상을 통해 보다 한국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국방비 증액과 주한미군 역할 조정을 포함한 동맹 현대화에 대한 공감대를 어떻게 담을지에 대한 입장 차이도 존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방미 기간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한미 동맹을 안보환경 변화에 발맞춰 현대화해 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며 "한국은 한반도의 안보를 지키는 데 있어 더욱 주도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의 역할을 중국 견제로 확대하면서 대북 억지는 한국군이 주도해야 한다는 미국 요구를 일정 정도 수용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다만 한미동맹이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문구를 미국이 주장했다면, 한국으로선 수용하기 어렵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를 줄여야 하는 점도 이번 협상의 주안점 중 하나였다"고 했다. 국방비 증액과 무기 구매 확대에 대한 미국의 명시 요구에 한국은 미온적 태도를 보인 것도 양측에 공동성명 채택을 미루자는 기류가 형성된 배경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