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순방으로 강화된 한·미·일 협력 체제에 대응
우크라전 종결 이후도 고려…고립외교 노선 벗어날 계기
김정은, 특수부대 현장 지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직속 특수작전훈련기지를 방문해 저격수구분대의 훈련 실태를 점검했다고 조선중앙TV가 2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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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달 3일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은 그동안 밀착한 러시아에 비해 소원했던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방일·방미로 강화된 한·미·일 협력에 대립하는 북·중·러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향후 북·미 대화 재개 시 협상력을 높이려는 목적도 보인다. 김 위원장의 다자외교 무대 데뷔라는 점에서 향후 북한 외교의 범위가 동북아시아 밖으로 넓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6년 만의 김 위원장 방중은 북·러가 밀착하는 동안 다소 멀어진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8년 3·5·6월과 이듬해 1월 중국에서 정상회담을 했고, 그해 6월 평양에서도 만났다. 그러나 이후 이들의 관계가 다소 멀어졌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홍레이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도 이날 “중·조(중국·북한) 전통우호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전 종결 움직임을 고려했기 때문으로도 분석된다. 러·우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에 북한의 중요도는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있다. 북·러관계는 군사 부문에 집중돼 있지만 북한은 무역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러·우 전쟁 종결 이후에는 북한이 지금까지 누렸던 특수가 사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에 북·중관계의 복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향후 북·미 대화가 재개된다면 중국을 든든한 뒷배로 두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이동률 동덕여대 교수는 “북한이 2018년 미국과 회담을 추진할 당시 중국과 먼저 소통하지 않았다”며 “이번에는 중국과 관계를 돈독히 해놓은 다음 안정적으로 미국과 대화에 나서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전승절에서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을 오는 10월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식에 초청할 것으로 전망하며 “북·중관계 복원은 북한의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또한 이 대통령의 방일·방미로 한층 강화된 한·미·일 협력 체제에 대응하는 성격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 노선을 분명히 했고, 방미 기간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중시)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밝혔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센터장은 김 위원장의 전승절 참석을 두고 “북한판 ‘안러경중’(안보는 러시아, 경제는 중국 중시)을 꾀하는 것”이라며 “북·중·러 협력으로 신냉전 체제가 구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도 “한·미·일 협력에 대응하는 북·중·러 진영 구축의 신호탄을 쏜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다자외교 무대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일성 주석은 1965년 인도네시아 비동맹회의 10주년 기념식 등 다자외교에 참여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부터 북한은 양자외교를 고수해왔다. 이번 전승절 참석을 계기로 북한이 상하이협력기구(SCO)나 브릭스(BRICS) 등 중국·러시아가 주도하는 다자협의체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 19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외무성 국장들과의 협의회에서 “국제 지정학적 상황을 우리의 국익에 유리하게 조종해나갈 데 대한 김정은 동지의 대외정책 구상을 전달”했다며 외교 노선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외교 세계가 한반도를 벗어나 동북아시아 밖으로 넓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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