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원 투입해 2031년 전력화
1개 포대서 한 번에 192발 요격
200개 표적 동시 추적 레이다
2024년 5월 31일 조선중앙TV에 전날 북한군이 초대형 방사포를 동원해 진행한 '위력시위사격'이 보도되고 있는 장면. 조선중앙TV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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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방공 시스템 '아이언 돔'이 이란과의 계속되는 충돌로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정부가 오는 2031년 전력화한다는 '한국형 아이언돔'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영역별 담당 업체 진용이 갖춰지면서 개발이 본격화했다. 표적 수백 개를 동시에 탐지·추적하는 레이다, 요격탄 190여 발을 동시에 운용할 발사대 등을 제작하는 데 첨단 기술이 총동원된다. 정부는 저고도·다량 방공체계의 효시 격인 아이언 돔보다 뛰어난 한국형 아이언 돔, 즉 '저고도 미사일 방어체계(LAMD)'를 2028년까지 개발해 3년 뒤 군에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시스템-레이다, LIG넥스원-요격탄
LAMD는 북한 장사정포(방사포, 자주포)에 맞설 최후의 보루라 불린다. 북한은 수도권을 타격할 수 있는 방사포 5,500여 문을 보유하고 있는데,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 따르면 휴전선 인근에서 이들 방사포가 10분간 쏟아부을 수 있는 포탄이 16만6,000여 발에 달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이 200대 이상 제공한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는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2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국제 방산 전시회 'WDS 2022'에 참가한 LIG넥스원 부스에 한국형 아이언돔 LAMD 모형이 전시돼 있다. LIG넥스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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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MD는 고도화하는 북한의 장사정포 위협으로부터 수도권 주요 시설을 방어하기 위해 개발된다. 2020년 개발 계획이 공식화했고, 총 2조9,494억 원을 투입한다. 개발을 주관하는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지난 4월 시제 업체들과 계약을 맺었다. LIG넥스원이 요격탄과 체계종합, 한화시스템이 레이다를 개발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발사대를 담당할 예정이다.
요격탄은 LIG넥스원의 함대공 유도 미사일 '해궁'을 기반으로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사거리는 약 20㎞로, 직접 적의 포탄을 타격해 요격한다. 해궁은 관성 유도와 호밍 유도(알고리즘에 의한 표적 요격) 등 다층·다중 센서 유도체계를 적용해 명중률을 높였다. 해궁의 1발 가격은 약 10억 원으로 알려져 있으나, LAMD 요격탄은 가성비를 위해 개당 4억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국제 방산 전시회 'IDEX 2025'에 한화시스템의 LAMD 다기능 레이다 모형이 전시돼 있다. 한화시스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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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MD에 적용될 다기능 레이다는 좁은 상공 영역에서 저고도로 날아오는 수백 개 이상의 적 포탄을 각각 식별해내고 실시간 추적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요구된다. 한화시스템이 개발하는 수랭식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다는 최소 200개 이상의 목표물을 동시에 추적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표적 요격 후 발생하는 파편과 실제 로켓 표적을 구분할 수 있어 복잡하고 긴박한 전장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적대상·사거리 아이언돔과 차이
방위사업청은 올해 1월 LAMD 개발에 착수하면서 "이스라엘 아이언 돔보다 동시에 더 많은 표적과 교전할 수 있는 우수한 성능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이언 돔은 1개 포대에 80발의 '타미르' 요격 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는 반면, LAMD 1개 포대는 동시에 요격탄 192발을 발사할 수 있다. 1개 포대 기준 2.4배의 교전 능력을 갖추는 셈이다. 이스라엘 전역엔 10개의 아이언 돔 포대가 배치돼 있는데, 우리 군은 10개 미만의 포대를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언 돔과 LAMD의 결정적 차이는 표적 대상과 사거리다. 아이언 돔은 주로 하마스 같은 비정규 무장세력이 사용하는 로켓이나 박격포, 무인기 등 다양한 소규모 공격에 대응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LAMD는 정규군인 북한군의 장사정포 요격이 목적이다. LAMD에 훨씬 높은 성능이 요구되는 이유다.
표적이 다르니 사거리도 차이 난다. 아이언 돔의 사거리는 70~250㎞인 반면, 저고도 포탄을 막기 위한 LAMD의 사거리는 20㎞ 수준이다. 요격체계 측면에서 아이언 돔은 탄약이 상공에서 폭발하고 금속 파편을 방출해 손상을 입히는(파편 탄두) 방식으로 적의 경량·단거리 위협에 대응한다면, LAMD는 대구경 포탄을 직접 타격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전술적으로도 이스라엘은 아이언 돔만으로 방공망을 구축해 광범위한 지역을 방어하지만, 한국은 고고도부터 저고도까지 다층 방어체계를 구축하기 때문에 LAMD는 사거리가 길 필요가 없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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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가격 난제지만 전쟁 향방 가를 핵심
문제는 비용이다. 아이언 돔의 타미르는 2만 달러(약 2,800만 원)지만, LAMD 요격탄은 4억 원 수준으로 14배 이상 비싸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LAMD는 아이언 돔에 비해 최대 수십 배가량 요격탄이 비싸기 때문에 대량 도입이 어렵다"며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요격 대상인 북한의 포탄 가격과 비교하면 가성비는 더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LAMD가 전쟁의 향방을 가를 핵심 방어체계라고 입을 모은다.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돈도 많이 들고 100% 요격도 어렵지만, 개전 초기에 어마어마한 양의 적 방사포를 그대로 얻어맞으면 회복이 힘들 수도 있다"며 "LAMD로 피해를 최소화한 다음 '천무(다연장 로켓포)', K9 자주포, '우레(지대지 유도탄)' 같은 무기들로 적 장사정포를 무력화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대응책"이라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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