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상 자리 배치, 외교적 상징 내포
미국 타격 가능한 첨단 기기 전개될 듯
중국 전승절 기념식을 위한 리허설이 23일과 24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중국중앙방송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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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3일 전 세계 시선이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 쏠린다. 이곳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열병식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을 확정하면서다. 이날 중국은 첨단 무기로 군 현대화 성과를 자랑함과 동시에, 북한-중국-러시아 정상이 함께 자리한 모습을 통해 미국에 대항하는 '3각 연대'의 세를 과시할 전망이다.
28일 중국 정부 기자회견과 관영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80주년 전승절 열병식은 70분간 사열과 행진으로 구성돼 있다. 톈안먼 앞을 동서로 지나는 길인 창안졔를 따라 공중 기수대, 보병 부대, 전기 부대, 장비 부대, 공중 편대가 차례로 톈안먼 광장을 통과한다. 예포 발사와 함께 국기호위대가 국기게양대에 오성홍기를 게양하면서 행사가 본격 시작된다. 이후 시진핑 국가주석의 연설이 이어진다.
이번 열병식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누가 시 주석의 옆에 서느냐다. 통상 초대받은 정상들은 톈안문 성루에 올라 다 함께 열병식을 관람하는데, 자리 배치가 상징하는 외교적 의미가 크다. 만약 북중러 정상이 나란히 설 경우, 한미일 또는 서방에 맞선 3국의 관계 강화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장이 될 수 있다.
여태까지 관례상 최고 상석인 시 주석 오른쪽 옆자리는 푸틴 대통령이 차지했다. 10년 전 70주년 전승절 열병식에 초청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오른쪽에 서서 시 주석, 푸틴 대통령과 함께 열병식을 지켜봤다. 이번엔 한국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참석하는데, 자리배치 등에 따라 김 위원장과 우연히 동선이 겹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다만 북한이 '적대적 국가'로 규정한 남한과 대화를 일체 차단하고 있는 상황이라, 북한 쪽에서 가급적 우 의장과 가까이 위치하지 않도록 자리 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군, 미국 본토 타격 가능 무기 선보인다
중국군이 어떤 첨단 무기를 내놓느냐도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이번 열병식에서 중국은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무기를 대대적으로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베이징 시내에서 세 차례 진행된 열병식 리허설 과정에서 노출된 바에 따르면, 최신 초대형 무인잠수정(XLUUV)으로 추정되는 'AJS-001'이 전시될 것으로 보인다. 다탄두 탑재가 가능하고 사거리 1만5,000㎞로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둥펑(DF)-41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대열에 포함됐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독자적 판단이 가능한 스텔스 무인기 페이훙(FH)-97도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열병식을 통해 그동안 심혈을 기울인 군 현대화의 성과를 여실히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8년 전 시 주석은 2027년 8월 창군절까지 '세계 일류 군대' 건설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는데, 이번 열병식을 통해 중국 무기 현대화 성과와 군사력을 과시할 전망이다. 열병식 사무국 우쩌커 열병영도소조판공실 소장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열병식에 내포된 의미 중 첫째는 군대가 당의 지휘를 따르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관영언론도 시시각각 리허설 기사를 쏟아내며 흥행 분위기를 띄우고 나섰다.
다만 일본 측에선 중국 내 반일 정서 고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차대전 패전국인 데다 최근 유럽과 아시아 각국에 전승절 행사 참석을 보류해 줄 것을 외교 경로로 요청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주중국 일본대사관은 전날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일본 역사와 관련된 날로 중국인의 반일 감정이 특히 고조되기 쉽다"며 "밖에서는 주위에 들릴 정도로 일본어를 말하는 걸 자제하고, 한눈에 일본인이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는 복장을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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