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군사 밀착 中 심기 건드렸지만
"전략상 북·러 필요... 선택 여지 없어"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19일 평양에서 새로운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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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 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여하게 된 건 달라진 북한의 위상을 말해준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등을 통한 북러 밀착으로 중국을 불편하게 했지만, 북한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커지면서 중국이 껴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것이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다음 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김 위원장이 참석하는 것이 중국과 북한 관계 재편의 신호라고 분석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톈안먼 광장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및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모습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북한의 선전적 승리"라는 게 SCMP의 평가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만나는 것은 2019년 6월 이후 처음이다. 북중 관계가 조금씩 멀어지던 사이 북한은 주로 러시아와 동맹 관계를 강화하는 데 힘썼다. 특히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로는 밀착이 더욱 노골화했다.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은 중국에는 상당히 거슬리는 행보였다.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6월 20일 평양에서 전용차를 타고 거리를 돌며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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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중국 입장에서는 이번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북한이 꼭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성현 조지 HW 부시재단 미중관계 수석연구원은 "김 위원장의 방문은 중국의 계산된 전략적 재조정"이라며 "미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3국(한국·미국·일본) 협력이 강화함에 따라 중국은 자신들의 3국(중국·북한·러시아) 간 연대를 보여줄 순간을 노리고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은 강력해진 북러 군사 협력을 일종의 '전략적 자산'으로 보고 있다"며 "이는 미국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지역 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중국이 북한의 변화한 지정학적 중요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스인훙 중국 인민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방중은 중국이 그의 행동(북러 군사협력)을 눈감아주거나 적어도 일시적으로 용서하기로 했다는 뜻"이라며 "수년간 중국은 러시아·북한과의 협력관계를 지정학적 구조의 필수 요소로 여겼기 때문에 동맹국들이 중국을 크게 불쾌하게 만들더라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북중러 협력관계는 '선호'보다는 '필요'에 의해 맺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북한이 향후 도발적 행동에 나서더라도 중국이 이를 억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한 중국 전문가는 SCMP에 "중국이 현재 '전략적 딜레마'에 빠져 있다"며 "북한과 러시아의 많은 행위가 중국의 이익에 반하지만 중국은 이 파트너십을 포기할 여유가 없고, 이 때문에 앞으로도 중국은 계속해서 타협을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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