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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개점휴업' 한미 원자력고위급委 재가동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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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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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양국이 지난주 정상회담에서 2015년 발효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에 나서기로 합의하면서 한국 원전업계의 숙원인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가 허용될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원전 협력뿐만 아니라 원자력협정 개정에 대해 포괄적으로 동의한 만큼 2018년 이후 중단된 한미 원자력 고위급위원회(HLBC)가 재가동될 가능성도 커졌다. 전문가들은 일본과 인도 사례를 근거로 한국도 '조건부 허가'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31일 정부 관계자는 "한미 원자력협정에선 HLBC를 통해 개정을 포함한 양국 원자력 관련 논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가 본격 시작되면 HLBC가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HLBC 재개 여부에 대한 질문에 "현재로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미국 측과 HLBC를 7년 만에 재가동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조현 외교부 장관이 HLBC 2차 회의 당시 외교부 2차관 자격으로 공동의장을 맡았던 점도 HLBC 재가동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HLBC는 2015년 발효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안에 따라 설치된 원자력 분야 상설 협의체다. 2016년과 2018년 각각 서울과 워싱턴DC에서 1·2차 회의를 열며 4개 실무그룹을 설치하고 다양한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하지만 2017년 불거진 한국형 원전(APR-1400)을 둘러싼 한국수력원자력·웨스팅하우스 간 지식재산권 분쟁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맞물리며 이후 7년 동안 '개점휴업' 상태였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전과 관련한 다양한 원천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미국 에너지부의 강력한 통제를 받는다. 지난해 체코 원전 진출을 놓고 한수원과 충돌했고, 윤석열 정부가 이면 합의를 추진했다가 적절성을 놓고 논란이 불거진 상태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한미정상회담 이후 방송 인터뷰에서 원자력협정 개정과 관련해 "정상 간에 이 사안이 거론됐고, 대체로 분위기는 긍정적이었다"며 "한미 협력으로 제3국에 진출하는 협력이 있을 수 있고, 농축·재처리 분야에서 좀 더 많은 운신의 공간을 받는 문제도 논의하고 있고,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조 장관도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 입장에서는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어야 하고, 농축을 통해 우리도 연료를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껴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정을 개정하든지 또는 다른 방법으로 미국과 합의하에 추진해야 한다"며 "이번에 그런 방향으로 일단 협의하기로 한 것이 굉장히 의미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이 지난 27일 방한한 제임스 댄리 미국 에너지부 부장관과 만나 차관급 협의를 진행하면서 정상회담 합의에 기반한 후속 논의를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한미 원자력협정 발효 10년을 맞은 만큼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에 대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974년 첫 한미 원자력협정은 당시 미국의 강력한 핵 비확산 기조가 반영되면서 한국의 농축·재처리 연구와 활동을 크게 제약했다. 2015년 협정에서도 농축·재처리 관련 승인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10년 단위로 협정안을 재검토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가 미국의 관련 승인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적기인 셈이다.

    미국은 핵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농축·재처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지만 일부 동맹국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1988년 미·일 원자력협정에서 포괄적 사전 동의를 얻어 미국의 별도 승인 없이도 농축·재처리를 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됐다. 일본은 이바라키현 도카이무라에서 우라늄 농축을 하고 있고,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의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도 가동을 앞두고 있다. 인도는 2008년 체결된 미·인도 원자력협정을 통해 별도 합의된 시설에서 제한적으로 핵연료를 재처리하고 있다.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은 "한국이 일본 수준으로 재처리 농축 시설을 가동할 수 있게 되는 시나리오가 가장 좋다"며 "다만 성급하게 논의를 진행하기보다는 세밀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순수하게 산업·경제·에너지 측면에서 핵폐기물을 처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며 "미국을 납득시키기 위해 국내 원자력 정책에서 산업·경제 측면과 핵무기 개발 측면을 명확히 분리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조 장관은 이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오는 3일 중국에서 열리는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는 데 대해 "다소 소원해진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시킬 기회를 보고 있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조 장관은 "그동안 북한이 러시아와 굉장히 가까워졌는데, 아마 러시아의 한계를 알았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또한 그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북 정상이 만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낮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오수현 기자 /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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