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대통령실은 '검사 수사권 완전 박탈'에 유보적
"이 대통령, 토론 대신 인신공격 흐르자 답답함 느껴"
미국 순방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달 28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해 정청래(왼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을 둘러싼 당정 간 파열음이 잇따라 새어 나오자, 대통령실과 여당 공히 "이견은 없다"고 적극 수습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수사 기소 분리라는 검찰개혁의 총론이 흔들릴 일은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각론에 대한 견해차로 잡음이 지속될 경우 개혁 동력 자체를 꺼트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 일단은 단일대오를 강조하며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남겨두는 문제 등을 두고는 입장 차가 여전해 핵심 쟁점을 좁혀가는 과정에서 갈등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당장 정청래 대표와 추미애 국회 법사위원장 등 검찰 개혁을 진두지휘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검사의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방점을 찍는 반면, 정부와 대통령실은 검찰개혁 이후 수사 공백 최소화를 위한 보완 대책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디테일에선 여전히 동상이몽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정청래 "검사는 수사 못 하게 된다...당정대 이견 없어"
여권은 31일 검찰개혁 갈등은 없다며 일제히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이틀 전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검찰 개혁 관련한 공개 토론을 직접 주재할 수 있다며 '검찰개혁 갈등의 중재자'로 등판을 시사하자, 보조를 맞춘 것이다. 앞서 검찰개혁 신중론을 피력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향해 민형배 의원 등 강경파가 공격에 나서며 불협화음이 커지자 이 대통령은 공론화를 강조하며 갈등 봉합에 나섰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대안 마련을 위한 건강한 공론화를 주문했음에도, 논의가 정성호 법무부 장관 등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흐르자 대통령이 답답함을 느꼈다"며 "이 대통령이 '차라리 내가 토론을 주재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의 중재 노력에 민주당도 일단은 화답했다. 정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검찰개혁에 대한,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입장과 방침에 당정대 간 이견이 없다"며 "(당정 간) 파열음, 암투, 반발, 엇박자는 없다"고 강조했다. 우상호 정무수석 역시 전날 '전국 민방(민영방송) 특별 대담'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지금의 입장 차는) 검찰을 해체할 거냐 말 거냐의 문제가 아닌, 어떻게 실효성을 확보하느냐는 문제"라며 "개혁과 반개혁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부 내 물밑 조율도 진행 중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정 장관, 윤호중 행정안정부 장관,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등과 만나 검찰개혁을 주제로 논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중대범죄수사청을 법무부와 행안부 중 어디에 둘지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성호(오른쪽) 법무부 장관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임시 국무회의 시작 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회의실에서 대화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정부·대통령실은 '검사 수사권 완전 박탈'에 유보적
하지만 이견이 없다는 총론과 달리, 세부 내용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남아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당장 정 대표는 이날 SNS에서 "검찰청은 폐지된다. 검사는 수사를 못 하게 된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고 단정적으로 못 박았다. 사실상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남겨두지 않겠다는 취지로 검찰의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해석됐다.
특히 추 위원장도 "검찰에 어떤 선의의 제도 개혁을 안긴다 한들 제도의 취지대로 잘 작동할까 하는 의구심이 일 수밖에 없다"며 검찰개혁 신중론에 선을 그었다. 추 위원장은 특히 "검찰 내부에서 검찰 개혁을 절실히 바라왔던 한 인사가 작금의 사태에 직면해 거칠게 표현하는 것도 다 그런 우려의 표출일 것"이라며 정 장관 등을 '검찰 개혁 5적'이라고 공개 저격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을 우회 언급하며 힘을 싣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완전히 빼앗는 문제에 대해 정부와 대통령실은 유보적인 입장이다. 수사와 기소를 큰 틀에서 분리하더라도 범죄 수사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보완 수사권 등 보완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경찰이 해온 1차 수사 결과에 대해 검사가 보완 수사권마저 갖지 못하면 △책임 수사가 어려워지고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간의 '사건 핑퐁'으로 피해자 구제가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진보 법조계 일각에서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이 전날 SNS에서 “검찰개혁과 관련해, 권력의 집중에서 비롯된 권한 남용 문제를 방지하고 수사권을 원활히 행사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이 필요하다"며 '원활한 수사권 행사'를 언급한 배경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 대통령, 토론 대신 인신공격 흐르자 답답함 느껴"
다만 보완 장치가 검사의 보완 수사권이 될지, 아니면 민주당 강경파가 제시한 '국가수사위원회'가 될지를 두고 대통령실과 정부가 방향을 정해놓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당정 간 의견 차는 9월 정부조직법 개편안 입법을 두고 다시 불거질 여지가 있다. 지난 20일 이 대통령의 여당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당정은 수사-기소 분리 대원칙을 추석(10월 6일) 전까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정부조직법을 바꿔서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더라도 '검사에게 보완 수사권을 줄지'는 별도 논의가 더 필요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조직법으로 정해지는 것은 기관 명칭과 소속 두 가지이고, 보완수사권 등 나머지는 전부 그 이후에 논의돼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