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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고교학점제’ 준비 잘했다더니…출결 처리 안내도 개학 뒤 ‘부랴부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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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년 전에 ‘전면시행’ 예고했지만
    ‘과목 담당교사가 먼저 입력’ 공문

    교원·학부모 단체 “졸속 행정”
    당국, 비판 쏟아지자 “보완할 것”

    지난 3월 시행된 고교학점제가 수년 전부터 예고됐지만 개학 직후까지 출결 시스템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는 등 준비가 미흡했던 정황이 드러났다. 정부는 교원단체가 졸속 행정을 비판하며 고교학점제 폐지를 주장하자 급하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31일 교육부가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 출결지침 변경 공고 내역’을 보면 이 같은 정황이 드러난다. 교육부는 2025년 1학기가 시작된 이후인 3월4일에서야 고교학점제 적용에 따라 달라지는 출결 처리 방법과 나이스 기능에 대한 공문을 각 학교에 보냈다. 기존에는 담임 교사가 학생의 출결을 한 번에 확인하고 나이스에 일괄 입력하면 됐지만, 고교학점제 시행 후에는 과목 담당교사가 과목별 출석률을 먼저 입력하도록 변경됐다.

    제도가 이미 시행됐음에도 교육부가 제대로 된 지침을 내려보내지 않으면서 1학기 내내 학교 현장에서는 혼란이 이어졌다. 교육부는 담임교사가 아닌 과목교사에게만 학생 출결 처리 권한을 부여했는데, 이 때문에 담임교사들은 출결에 오류나 변동이 있을 때마다 과목교사에게 일일이 연락해 변경을 요청해야 했다.

    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등 교원단체들은 “수업 외 다른 방면에 에너지를 불필요하게 소모하기에 오히려 학생에게 신경 쓸 여력을 빼앗긴다”며 “준비 없는 제도 강행”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교육부는 2학기가 시작한 지난 29일 기존 지침을 변경해 수업 교시별 출결 처리 권한을 담임교사에게도 부여했다.

    교육부는 각 학교의 준비 사항 점검도 지난 4월에야 마쳤다. 교육부는 지난 3월11일 “약 10%에 해당하는 278개교를 대상으로 고교학점제 안내 관련 현황을 확인한 결과 모든 학교에서 학생 대상 고교학점제 안내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신입생·학부모 대상 안내와 교원 대상 연수를 시행하지 않은 학교가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제대로 안내를 했다고 해명한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학교별 준비 사항을 개학 한 달이 지나서야 제대로 점검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13일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학교별 자체 점검 결과 일부 보완 필요사항이 확인됐다”며 “시도교육청은 고교학점제 관련 준비 사항을 단위 학교가 자체 점검표에 따라 최종 점검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점검 결과는 4월2일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 계획 등 기본 규정 수립 여부도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제도부터 시행한 것이다.

    학교 현장의 혼란은 여전하다. 최근 교총과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등 교원단체들은 학생의 적성과 진로에 따른 수업 선택권 확대라는 제도 취지와 현실의 괴리가 너무 크다며 고교학점제 폐지를 주장했다. 교사 한 명이 여러 과목을 지도해야 하는 탓에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미이수 학생 수를 줄이기 위해 점수를 과도하게 부여하는 등 최소 성취수준 보장제를 형식적으로 운영하게 된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에 우호적인 학부모 단체조차도 제도 보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는 지난 13일 “최소 성취수준 보장제도의 확고한 유지로 모든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교사와 학교의 업무 부담 완화를 위한 국가 차원의 인력을 확충하고 기초학력 보장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판에 직면한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자문위원회가 권고한 내용을 토대로 보완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진선미 의원은 “지난 3년간 윤석열 정부가 고교학점제 관련 문제를 외면하고 방치한 대가를 교사와 학생들이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며 “더 늦지 않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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