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리 파루비 전 국회의장, 괴한 총격에 사망…내무부 "체포된 용의자 조사, 계획범죄"

2019년 5월 22일(현지시간) 안드리 파루비 당시 우크라이나 국회의장이 키이우 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05.22.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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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거물 정치인 안드리 파루비 전 국회의장이 괴한의 총격으로 사망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 사건 용의자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고르 클리멘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이날 새벽 발표한 성명에서 파루비 전 의장 살해 용의자를 우크라이나 서부 흐멜니츠키 지역에서 체포했다.

파루비 전 의장은 이틀 전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리비우에서 배달원으로 위장한 괴한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총격 장면으로 추정되는 영상에는 배달플랫폼 '글로브'의 직원처럼 위장한 범인이 대로변에서 파루비 전 의장을 뒤따라 걸어가면서 무기를 든 모습이 담겼다. 파루비 전 의장은 집을 나와 정기적으로 다니는 인근 헬스장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우크라이나 당국은 용의자가 파루비 전 의장의 동선을 미리 확인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파루비 전 의장 사망 직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끔찍한 살인"이자 "전쟁 중인 국가의 안보 문제"라고 평가했다.

파루비 전 의장은 우크라이나의 대표적인 친 EU(유럽연합) 성향 정치인이다. 친러시아 정권의 붕괴를 불러온 2004년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 2013~2014년 '유로마이단 시위'에 참여하는 등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특히 EU와의 통합을 요구하며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을 축출한 유로마이단 시위는 현재 러시아와의 전쟁을 촉발한 역사적 배경으로 꼽힌다. 이를 계기로 파루비 전 의장은 2014년 우크라이나 국회의원으로 선출됐고, 국가안보국방위원회 비서로 활동했으며, 2016년 국회의장이 됐고, 2019년에는 국회의원에 재선됐다.

이날 용의자 체포 소식을 알린 클리멘코 장관은 "예비 조사 결과 파루비의 이동 일정과 경로, 용의자의 탈출 계획까지 세심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암살이 진행됐다"며, 추후 우크라이나 경찰이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용의자가 초기 증언을 했다"며 "현재 이 살인 사건의 모든 정황을 규명하기 위한 긴급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만남이 논의되던 중에 발생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18일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 우크라이나, 유럽 주요국 정상들과의 회담, 또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전화통화로 미·러·우 3자회담 및 종전 협상의 가능성이 제기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러·우 정상회담이 "2주 안에 이뤄질 것"으로 자신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조기 정상회담 가능성을 일축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의 '지도자 자격'까지 문제 삼으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더욱이 러시아는 종전 협상 의지보다는 오히려 우크라이나와의 전선에서 공세를 강화하는 흐름이다. 일각에선 종전 협상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하다. 워싱턴 협상에 참석했던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31일 독일 ZDF 방송 인터뷰에서 '연내 휴전 가능성' 질문에 "희망을 포기하진 않는다. 그러나 환상도 갖지 않는다"며 "전쟁이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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