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내란척결, 반민특위처럼 실패 안 돼"
지도부·대통령실 선 긋기… 실제 출범 미지수
정청래(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한준호 최고위원, 정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 고영권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더불어민주당이 위헌 논란이 불거진 내란특별재판부를 밀어붙일 태세다. 사법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적지 않지만, 민주당 강경파는 아랑곳 않는 분위기다. 당장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법원이 기각하자 사법부 압박 카드로 '내란특판'의 칼을 새롭게 꺼내드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미 9월 국회에서 더 센 3대 특검법 처리를 공언하며 내란 종식 이슈에 다시 불을 붙였다.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내란 척결 프레임으로 정국 주도권을 끌고 가려는 복안이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여당 지도부가 아직까지는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거리를 두고 있어, 내란특별법이 실제 본회의 문턱까지 넘어설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정기국회 첫날인 1일 민주당은 내란 척결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지금은 내란세력 척결이 시대정신이고 시대적 과제"라며 김건희·내란 특검 수사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공언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내란의 완전한 종식을 이루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특히 정 대표는 과거 친일파 청산을 위해 구성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를 언급하며 "내란척결이 반민특위처럼 좌절되고 실패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정 대표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간접적으로 힘을 실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민주당 국회 법사위원회는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골자로 하는 '12·3 비상계엄의 후속조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내란특별법)'을 4일 국회 법사위에 상정할 방침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 7월 민주당 전당대회 기간 중 당대표에 출마한 박찬대 전 원내대표가 발의한 법안으로, 상대 후보였던 정 대표를 비롯해 김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 무려 111명이 발의에 동참했다. 법사위는 당일 내란특별법을 1소위에 회부할 예정이다. 향후 전현희 최고위원이 위원장을 맡은 3대특검종합대응특위에서 내란특별법을 추가로 발의할 경우 병합 심사될 수 있다.
김용민(오른쪽 세 번째) 더불어민주당 간사가 1일 경기 의왕시 안양판교로 143 서울구치소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수감 중 특혜 제공 여부 확인과 폐쇄회로(CC)TV 영상기록 열람을 위한 현장검증을 마치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전현희 민주당, 박은정 조국혁신당, 장경태 김용민 서영교 김기표 민주당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내란특별법은 12·3 불법계엄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특별재판부 설치를 핵심으로 한다. 법원 제도와 별개로 국회 등의 추천을 통해 별도의 재판부를 만들어 특정 사건을 전담케 하겠다는 것이다.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과 상반되는 개념이라 세계적으로 전쟁범죄나 과거사 문제 등에만 극히 예외적으로 운용됐다. 국내에서도 1948년 반민족행위 특별재판부, 1961년 3·15 부정선거 특별재판부 설치 사례만 있을 뿐이다.
특별재판부는 영장청구 심사를 담당할 특별영장전담법관도 둔다. 재판 과정은 촬영이 허용되며, 1심은 3개월 안에 끝내야 한다. 특별재판부 및 영장전담법관은 국회·법원·대한변호사협회의 추천으로 구성된 후보추천위에서 추천,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장동혁(오른쪽)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민수 최고위원, 송언석 원내대표, 장 대표. 고영권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야당은 내란 특별재판부를 '중국식 인민재판소'라고 비판하며 "반민주적 폭거를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특검의 무리한 수사로 영장이 기각되니까 특별법원까지 만들어서 기어이 자기들이 원하는 결과를 조작하겠다는 취지"라며 "더 이상 삼권분립과 헌법 정신을 훼손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당내에선 "사법부 사유화" "하명 재판부" "판결 선주문" 등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내란 특별재판부가 실제로 탄생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일단은 사법부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차원"이라며 "향후 사법부의 판단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강경파가 입법 시동을 걸었지만, 당은 "지도부와는 아직 논의되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내부적으로는 3대 특검 개정안에 더해 3대 개혁 과제를 동시 추진하면서 전선이 지나치게 넓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실 역시 내란특별법까지 내달릴 경우 '독주 프레임'에 갇힐 수 있는 만큼, 선을 긋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과 상의된 적이 없다"며 "국회 차원에서 결정될 사안"이라고 거리를 뒀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염유섭 기자 yuseoby@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