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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강릉 상수원 14% 붕괴 위기...자영업자·농민 본업 중단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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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수원 오봉저수지 저수율 14% 붕위 위기
    자영업자 일회용품 사용 불구 잠정휴업 선택
    농업용수 중단 밭·벼농사 사실상 대책 전무


    파이낸셜뉴스

    2일 강릉시 교동택지의 한 호프집이 가뭄 극복을 위해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자율적으로 휴업한다는 안내문을 붙였다. 사진=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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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낸셜뉴스 강릉=김기섭 기자】최악의 가뭄사태로 사상 첫 재난 사태가 선포된 강릉에서 물 부족으로 자영업자들이 영업을 중단하고 농민들이 농사를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등 시민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2일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현재 강릉 시민 식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4.2%를 기록, 저수율 15% 밑으로 떨어진 지 채 1주일도 안돼 또다시 14%대 마저 붕괴될 위기에 놓여있다. 이 상태가 이어질 경우 불과 20여 일 뒤 물이 바닥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강릉지역 극한 가뭄에 정부가 지난달 30일 강릉에 재난 사태를 선포하고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 전국 공공기관과 민간에서 급수차 31대가 강릉으로 집결했으며 사천천과 연곡천 등 인근 지역 하천수를 하루 1844t 급수, 오봉저수지에 공급하고 있지만 저수율 하락을 막지 못하고 있다.

    또한 급수차량 81대가 연곡정수장과 인근 시군에서 하루 3227t의 정수를 급수, 강릉시민들에게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홍제정수장으로 운반하고 있지만 시민들이 사용할 물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시민들의 식수 부족을 우려해 전국 각지에서 병물이 쇄도, 1일 현재 1742t의 생수가 강릉으로 답지, 시민들에게 공급하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은 제한급수로 인한 타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강릉 교통택지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택근 씨는 "생맥주를 파는 호프집이다보니 하루 70잔 이상의 유리컵을 씻어야 하고 많은 양의 설거지 물이 소비될 수 밖에 없어서 물 절약 동참 차원에서 큰 비가 내리기 전까지 영업이 다소 덜 되는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문을 닫기로 했다"며 "일반 한식점을 운영하는 사장님도 큰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다음주에 영업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강릉 중앙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중앙시장 한 상인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수산물 판매업은 일반 음식점 보다 물을 더 많이 사용하는 곳이라 제한 급수가 이뤄지는 요즘 가게를 운영하는게 힘들다"며 "설거지 거리를 줄이기 위해 일회용 접시를 사용하고는 있지만 상수도 물 공급이 더 줄어들면 영업에 큰 지장을 초래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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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지역 가뭄사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남대천 인근 밭에 파가 파종됐지만 물이 공급되지 않아 말라가고 있는 모습. 사진=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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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민들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강릉시가 생활용수의 90% 가까이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5% 미만으로 떨어지자 지난달 31일부터 농업용수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강릉에는 오봉저수지 외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지 10곳이 더 있지만 남대천 하류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은 오봉저수지에서 물이 내려오지 않아 하천수를 전혀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강릉 송정동에서 논농사와 밭농사를 함께 짓고 있는 권기섭 영농회장은 "논농사와 밭농사 모두 심각한 상황이다. 오봉저수지에서 내려오는 하천수가 바짝 마르면서 하천수를 전혀 끌어쓰지 못하고 있다"며 "개인 비용을 들여 판 관정에서 물을 끌어올려 쓰고 있지만 주위 농민들과 나눠 쓰느라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주변에는 가을배추를 계약재배하는 곳이 많은데 물 부족으로 생육상태가 좋지 않거나 병해충이 발생하면 금전적인 손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단 파종을 미룰 수 없어 배추를 심어놓기는 했지만 걱정이 이만저만한게 아니다. 할 수 있는게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강릉시는 지난달 20일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크게 떨어지자 시내 전 지역 5만3485가구의 수도 계량기를 50%까지 잠그는 제한 급수에 들어간데 이어 27일부터 수도 계량기의 75%를 잠그는 제한 급수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지역 이장과 통장들이 세대들을 방문해 계량기 추가 잠금을 권고하고 있으며 상가들을 돌며 물 절약 동참에 호소해달라는 전단지를 나눠주는 등 물절약 캠페인이 대대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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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강릉시 외곽의 한 하천에서 전국에서 지원하러 온 살수차들이 강릉시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에 투입할 물을 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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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ees26@fnnews.com 김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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