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기 '참매 1호' 대신 전용열차 '태양호' 이용
방중 전 ICBM연구소 둘러보며 '핵보유국' 지위 과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일 저녁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보도국은 김정은 동지께서 9월 2일 현지시간으로 오후 16시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도 베이징에 도착하시였다고 보도했다. 이날 통신이 발행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의 딸 주애도 동행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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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2일 오후 베이징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에는 딸 주애가 동행했다. 김 위원장이 해외 방문에 딸을 대동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외무성 보도국을 인용해 김 위원장을 태운 전용열차가 오후 4시(현지시간) 중국 수도 베이징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베이징역에는 중국 안보라인 수장인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공식 서열 5위)와 왕이 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 인융 베이징시 당서기 등 주요 간부들이 영접을 나왔다.
김 위원장은 이들과 만나 "6년 만에 또다시 중화인민공화국을 방문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당과 정부, 인민의 환대에 사의를 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배우자 리설주 여사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등이 동행했는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의 뒤에 딸 주애가 가까이 뒤따르는 모습이 담겼다. 김 위원장은 전용열차에서 내린 뒤 플랫폼에서 차이치 서기, 왕이 주임과 손을 맞잡고 반갑게 인사했다. 베이징역 내부에서는 중국군 의장대가 도열한 가운데 레드카펫 위를 김 위원장과 중국 측 인사들이 함께 웃으며 걸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역에 도착해 전용열차에서 내리고 있다. 김 위원장 뒤를 따라 내리는 인물이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서열상 딸 주애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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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처음 공식 석상에 등장한 주애는 김 위원장과 민생·안보 현장에 동행하며 북한 내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주애가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공식화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6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준공식에서는 어머니 리 여사가 주애보다 한발짝 뒤에 물러선 모습이 포착돼 후계자로서 높아진 주애의 위상이 드러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주애는 또 지난 5월 러시아 전승절 80주년을 맞아 주북 러시아대사관에서 열린 기념행사에도 김 위원장과 함께 참석해 외교 무대에서의 첫 데뷔도 마쳤다.
'참매 1호' 대신 태양호로 방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1일 전용열차로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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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전용열차인 '태양호'를 이용했다. 그는 지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중국을 방문했는데, 그중에서 2018년 3월 1차 방문과 2019년 1월 4차 방문 당시에 태양호를 이용했다. 집권 초 자주 탔던 전용기 '참매 1호'는 2018년 이후 사용 여부가 파악되지 않았다. 참매 1호는 옛 소련 시절 제작된 '일류신(IL)-62M'을 개조한 구식 비행기이기 때문에 안전을 이유로 최근 이용하지 않는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태양호는 녹색 바탕에 노란색 선이 들어간 독특한 디자인으로 '움직이는 요새'로 불릴 만큼 최상의 시설을 자랑한다. 차체와 창문, 바닥이 모두 두꺼운 철판으로 제작돼 폭탄 테러를 막을 수 있고, 최고 수준의 무장·통신 장비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열차에는 김 위원장의 전용차를 실을 수 있고 숙박 및 회의를 위한 객실도 화려하게 꾸며졌다. 다만 무게와 노후화된 선로 등으로 인해 최고 속도는 시속 50~60㎞로 매우 느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탑승할 전용열차 태양호.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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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방중 전 ICBM 능력 과시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미사일총국 산하 화학재료종합연구원 연구소를 방문해 탄소섬유복합재료를 이용한 대출력 고체발동기 제작 및 지상분출시험 결과를 보고받고 계열생산토대구축 문제를 협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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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베이징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연구소 등 미사일 관련 시설을 잇따라 방문하며 '핵보유국'임을 과시했다.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날 미사일 총국 산하 화학재료종합연구원 연구소를 방문해 탄소섬유 복합재료 생산 공정과 대출력 미사일 발동기 생산 실태를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31일에도 새로 조업한 중요 군수기업소를 방문해 미사일 자동화 생산공정을 점검했고, 지난달 23일에는 신형 반항공(지대공) 미사일 2종의 시험 사격을 참관했다.
전문가들은 ICBM 개발 연구소 등을 방문해 미국을 사정권으로 두는 무기까지 갖춘 '핵보유국' 및 '보통국가'의 지위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대형 외교 무대를 앞두고 국방력 발전 계획의 성과를 대외에 과시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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