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국 지도자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로
김정일과 달리 방중 일정 공개 ‘이례적’
트럼프와 대화 재개시 협상력 높여
“한미일 역내 안보 구도 복잡하게 만들어”
3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리는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란히 이동하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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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옆자리를 각각 지키면서 북한·중국·러시아가 ‘세계 3대 강국’처럼 보이도록 연출했다고 짚었다.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소국’처럼 대했지만 이번 열병식을 통해 김 위원장이 반미(反美)라는 공동의 목적을 가진 중국·러시아의 최고 지도자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북한의 입지가 그만큼 강화됐다는 해석이다.
김 위원장의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중국 방문을 극비리에 진행했지만 이와 달리 김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시시각각 방중 일정을 공개했다. 이를 두고 닛케이는 김 위원장이 올해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불참한 울분을 푸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당시 러시아 열병식에는 러시아에 우호적인 27개국 정상들이 참석했지만 김 위원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닛케이는 “모스크바에선 ‘세계 3대 강국’의 일원으로 각광 받을 기회를 사실상 차단 당했다”고 설명했다.
그와 달리 중국은 이번 기념식에서 김 위원장을 푸틴 대통령과 함께 ‘격이 다른 특별한 귀빈’으로 대우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외빈 기념 사진 촬영부터 톈안먼 망루 이동, 리셉션 이동 등 이날 공개 석상에서 줄곧 시 주석의 왼쪽 자리를 차지했다. 열병식 중계 화면에는 망루 중앙에 위치한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닛케이는 “북한은 중국이 마련한 국제적 무대에 특별한 귀빈으로 초청받으면 중국과의 (입지)격차는 옅어지고 힘 있는 독립국가로서 대우에 가까워졌다”고 평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김 위원장의 이번 행보에 대해 “북한이 미·중 경쟁 격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무역전쟁 등 변화하는 지정학 질서를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김 위원장과 대화를 모색한다면 (김 위원장은)러시아와의 군사적 밀착, 핵·미사일 역량 확대 등을 바탕으로 더 강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블룸버그는 “북러 군사 동맹 확대에 중국까지 얽혀 있는 3자 안보 협력은 한국과 미국, 일본에 있어 역내 안보 구도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부연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김 위원장이 동행한 딸 김주애에도 주목했다. 김주애가 김 위원장과 함께한 첫 해외 공식 방문으로, 외신들은 김 위원장이 김주애를 후계자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판단했다. 김주애를 잠재적 후계자로 국제 사회에 소개하기 위해 김 위원장이 중국 방문을 결심했다는 것이다.
다만 김주애는 열병식이나 이후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리셉션에선 모습이 발견되지 않았다. 리셉션에선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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