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전 대법원장 “검찰, 흑을 백으로 만들어”
1심 전부 무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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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사법연수원 2기)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오는 11월 26일 진행된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4-1부(박혜선·오영상·임종효 고법판사)는 3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양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대법관(12기), 고영한 전 대법관(11기)에게 각각 징역 7년, 징역 5년,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2011년 9월 취임한 후 임기 6년 동안 재판 개입,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 헌법재판소 견제, 비자금 조성 등 47개 범죄를 저질렀다며 2019년 2월 구속기소했다. 박·고 전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를 받고 수행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대법원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청구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어 논란이 일었다.
1심 재판부는 재판 개입, 블랙리스트 작성 등을 직권남용죄로 인정하기 어렵고 일부 인정된다 해도 양 전 대법원장이 공범이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다.
검찰은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1심은 파편화된 법률 판단으로 잘못된 결론을 내렸다. 유독 엄격한 판단 기준을 적용했다”며 유죄를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사법부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언론보도 이후 법원 조사가 진행됐다. (법원은) 사법 행정 담당자들의 여러 행위가 심각한 사법행정권 남용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검찰 또한 수사를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서로 다른 법원 판사들로 구성된 자체 조사단 판단을 신중하게 검토해달라”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은 검찰의 구형 이후 최종진술을 통해 기소 자체가 부적법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현직 검사가 검찰에 실망하고 조직을 떠나면서 ‘검찰은 마음만 먹으면 흑을 백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며 “검찰은 특정인을 응징하고자 작정하면 목적 달성을 위해 진실을 외면하고 모든 것을 끼워맞추는 잘못된 행태를 보인다”고 했다.
박 전 대법관은 “검찰은 법원의 위상 강화와 조직 보호를 도모한 것이 범죄적 목적인 것처럼 공소장에 적었다”며 “사법 행정의 소임일 뿐이었다. 위법한 행위를 한다는 인식 하에 범죄를 공모하거나 사심을 가지고 관여한 바는 없었다”고 했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부터 2026년까지 약 2년간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했다.
고영한 대법관은 “경위야 어찌됐든 법원행정처장 재직 시절에 한 일로 재판을 받는 것이 송구스럽다”며 “직권남용에 관한 판례 및 법리와 형사소송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사실관계와 법리를 면밀히 검토해달라”고 했다. 고 전 대법관은 2016년 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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