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인민의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부터),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톈안문 성루에 서서 나란히 박수치고 있다. 북·중·러 최고 지도자가 공식 석상에서 한 자리에 등장한 것은 66년 만이다. [신화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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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러 정상이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이 열린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망루에 나란히 서서 인민해방군 퍼레이드를 지켜보며 ‘반(反) 서방’ 기치 결속을 과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오른쪽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왼쪽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리했다. 이 모습은 관영 중국중앙(CC)TV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초래한 국제 질서 균열이 아시아를 신냉전 위기로 몰아가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모든 국가와 민족이 서로를 평등하게 대하고 화합하며 도울 때만 공동 안보를 유지하고, 전쟁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며, 역사적 비극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면서 결속을 촉구했다. 특정 국가와 세력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관세 전쟁을 앞세워 세계 질서를 흔들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와 이에 동조하는 서방 국가들을 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DF-5C [중국중앙(CC)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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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 연설 이후 진행된 대규모 열병식에서는 개량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DF)-61을 비롯한 신무기가 대거 공개됐다. DF-26D 등 극초음속 무기와 함께 징레이(驚雷·JL)-1을 포함한 ‘핵 3축 체계’도 처음 선보였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열병식과 연찬 행사를 마치고 같은 차량에 동승해 이동한 후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양자 정상회담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예상대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동원되고 있는 북한군 파병을 결정한 김 위원장에게 감사를 표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평양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맺은 뒤 여러 분야에서 북·러 관계가 강화됐다고 답했다. 타스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에 대한 지원은 형제의 의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열병식장으로 나란히 이동하는 푸틴, 시진핑, 김정은 [사진=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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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식과 북·러 정상회담을 지켜본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초래한 지정학적 균열로 말미암아 북·중·러가 역사적인 속도로 결속을 이루고 있다며 심각한 반작용을 염려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국 우선주의의 반작용을 이용해 북·중·러가 글로벌 패권의 중심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다양한 형태의 연대를 통해 전 세계에 반미 전선을 폭넓게 구축하는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CNN 등 미국 주요 언론들도 톈안먼 망루에 선 북·중·러 정상 등 열병식 현장을 실시간으로 타전하며 서방 질서에 도전하는 북·중·러의 단결 움직임을 조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시 주석이 러시아와 북한 지도자를 참여시킨 군사 퍼레이드를 통해 국제사회에 도전적인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최신 무기를 공개하며 (우크라이나전에 책임이 있는) 러시아 푸틴과 북한 김정은에게 레드카펫을 깔아줬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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