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지도자로 평범한 외교 연출
군부 동행하지 않은 듯..."제재 의식 탓"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영빈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고 있다. 베이징=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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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 참석으로 '국제사회의 외톨이' 시선을 씻어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사일을 발사하며 주변국을 긴장시켜 온 '문제아'로 통했던 김 위원장이 열병식이라는 사실상의 다자 무대에서 평범한 외교 활동을 펼치는 '보통 국가' 지도자로의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는 얘기다.
이날 열병식에 참석한 김 위원장은 망루로 이동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걸으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연출했다. 김 위원장은 평소 즐겨 입는 인민복 대신 검은 양복에 밝은 금색 타이를 맸다. 외교 석상에서 정장 차림을 하는 여느 국가 지도자와 다름 없다는 이미지의 연출인 셈이다.
열병식 종료 뒤 김 위원장은 각국 정상, 귀빈과 자유롭게 만나는 연회에 참석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물론 열병식에 참석한 다른 여러 국가 지도자와의 접촉과 교류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어 그는 푸틴 대통령과 별도의 양자 정상회담도 가졌다. 두 정상은 푸틴 대통령의 전용 리무진 '아우루스'를 타고 회담장으로 향했다. 양자는 정상 외교와 마찬가지로 공개된 장소에서 환담을 나누고 외신 앞에서 모두발언을 공개했다.
외신 "김정은, '국제 왕따'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로 등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현지 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얘기하며 '중국 인민 항일 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리는 베이징 톈안먼 광장으로 걸어오고 있다. 베이징=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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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의 외교 행보를 다루는 북한 매체들의 보도 역시 평소와 달랐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8일 김 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사전에 공개했다. 김 위원장의 동선을 미리 공개하지 않아 온 관례와 달리 해외 방문을 먼저 공식 발표하는 국제적 표준을 따른 셈이다. 앞서 북한은 2018년 3월 김 위원장의 1차 방중 당시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고 나서야 소식을 주민들에게 알렸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0여 년간 김 위원장은 국제적 고립의 전형이었고, 국제 무대에서 배제되고 혹독한 제재를 받는 독재자였다"며 하지만 "이번 열병식으로 다자 외교무대에 데뷔한 그는 고립된 외톨이에서 우방들과의 관계 강화로 이익을 얻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변모하는 이정표를 세웠다"고 평가했다. 미국 CNN 방송도 "김정은에게는 명예로운 자리로 복귀하는 순간”이라며 "시진핑은 김정은을 서구에 도전하는 세계 질서의 필수 파트너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 수행단에서는 군부 인사가 보이지 않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김 위원장 일행이 2일 전용열차로 베이징역에 도착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 등을 보면, 조용원·김덕훈 당 중앙위원회 비서, 최선희 외무상 등이 김 위원장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국방성이나 인민군 고위 인사의 모습은 확인되지 않는다. 열병식이 군사 행사라는 점에서 북한 군부 불참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다. 북한군 수뇌부 다수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대 대상에 올라 있는 점에서 '북한은 제재 대상국'이라는 점을 굳이 상기시킬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일 수 있다. 또한 주최국 중국 입장에서도 제재 대상에 오른 외국 인사를 회피하고 싶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으로부터 상당한 수준의 예우를 받았고, 다자 무대에서 자신감 있게 교류하는 모습을 발신했다"며 "이 같은 지도자로서의 모습은 대외적으로나 북한 주민들에게 상당한 감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강희경 기자 kstar@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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