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적정환율 1300원대 중반 수준으로 추산
개인·기업 '구조적' 달러 수요가 하단 받치는 양상
2분기 기관 해외투자액·증가폭 '역대 최대'
"연준 추가 인하·미중정상회담 등 하락 재료"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미국과 관세 협의 등의 악재가 사라졌음에도 환율이 적정 수준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이른바 ‘서학개미’와 국민연금 등의 해외 투자 증가를 손꼽는다. 또한 국내 기업들이 대규모 대미투자를 약속한 점도 달러 비축을 부추겨 높은 환율 수준을 받치고 있다는 평가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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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대외거래를 통한 달러의 총 수입과 지출을 나타내는 ‘달러수지’는 17억 1000만달러 적자(순유출)로 집계됐다. 지난달 외국인은 국내증시에서 10억 7000만달러어치를 순매도했고, 내국인은 해외주식을 6억 4000만달러 규모 순매수하면서다. 국내 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원화 수요보다 많았다는 것으로, 지난 4월(108억 3000만달러 순유출) 이후 넉 달 만에 적자 전환했다.
달러수지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한 5월부터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달러가 유입됐으나, 외국인의 매수 심리는 빠르게 식었다. 미국 증시 회복과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투자가 확대되면서 지난달 달러수지는 다시 순유출로 돌아섰다.
달러가 유출되자 환율은 상승했다. 정규장 종가 기준으로 환율은 4월 1421.0원에서 △5월(1380.1원) △6월(1350.0원) △7월(1387.0원)까지 1300원 중반대로 하락하다 8월에는 다시 1390.1원으로 올라서며 1400원에서 가까워졌다.
관세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한 대미 직접투자도 달러 수급을 빠듯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기업의 미국 현지투자 계획은 막대한 달러 실수요를 촉발하고, 국내 외환시장 달러 유입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한 국내 중공업체는 70% 정도였던 환헤지 비중을 최근에는 50% 이하로 낮췄다. 미국 현지 재투자를 위해 달러를 쟁여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증권사와 은행 등 주요 금융기관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고려한 적정 환율 수준을 1300원대 중반으로 보고 있지만, 실제 환율이 적정환율을 크게 웃도는, 원화 가치 절하 상황이 이어지는 상황인 셈이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적정 환율은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경상수지 등 매크로 지표를 반영해 추정하는데, 기존 적정환율에 수급 요인 등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환율이 이어지며 수출 기업에는 환차익을 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지만,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하는 경우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중견·중소 기업을 비롯한 내수 기업들은 어려움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신호를 비롯한 국내 시장에 대한 선호도 상승 등이 원·달러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은 위안화 가치 상승과 미 관세정책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간접적인 피해를 경감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원화의 가치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금리 인하를 앞두고 있는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미국 증시 매수로 인한 환율 상방 압력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 총재는 “최근 몇 년간은 우리 국민들의 대외 투자가 굉장히 증가됐고, 해외 투자가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환율 관리가 그렇게 쉬운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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