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볼거리-풍진 등 자율접종 바꿔
전문가 “공중보건 재앙이 될것”
민주당 주지사 3개 주는 ‘백신 동맹’
WP “백신 놓고 정치적 균열 심화”
이날 AP통신 등에 따르면 플로리다주는 미 50개 주 가운데 처음으로 어린이들에 대한 백신 의무 접종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어린이들이 공립학교 입학을 위해 반드시 접종해야 했던 홍역, 볼거리, 풍진, 수두, B형 간염 등 필수 접종을 의무에서 자율로 바꾸겠다는 것.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조지프 라다포 플로리다주 공중보건국장은 “당신의 몸은 신이 주신 선물이다. 내가 뭐라고 감히 당신의 아이 몸속에 뭘 넣어야 하는지 말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모든 백신 의무화 조치는 잘못된 것이고 경멸과 노예제로 얼룩져 있다”고도 했다. 백신 접종에서도 개인의 자유와 선택권을 중시하겠다는 것.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백신의 역사를 연구해 온 제임스 콜그로브 미 컬럼비아대 공중보건학과 교수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아마도 재앙이 될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수전 크레슬리 미국 소아과학회장은 “플로리다 학생들이 질병에 걸릴 위험이 더 높아지고, 지역사회 전체에 파급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의 빌 캐시디 미 상원 보건위원장조차 “공중보건에 끔찍한 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플로리다주는 은퇴 노인의 거주비율이 높고 관광산업이 활성화돼 있어 전염병 확산에 더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시 해켈 미 소아과학회 외래진료위원장은 “노인과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은 질병에 더 취약하다. 어린이들이 백신을 맞지 않으면 나머지 사람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최근 미국에서 예방접종률이 낮아지면서 텍사스에서 올 초 홍역이 유행해 수백 명이 감염됐고, 10년 만에 사망자까지 나왔다.
앞서 백악관은 백신 의무화 폐지 정책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취임한 지 한 달 된 수전 모나레즈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을 해임했다. 이에 반발해 CDC의 최고 의료책임자와 국가면역·호흡기질환센터장, 국가신종·인수공통질병센터장, 공중보건 데이터·감시·기술국장 등 간부들이 동반 사임했다.
백신 갈등은 정쟁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날 캘리포니아 등 3개 주는 연방정부가 “과학의 정치화를 낳고 있다”며 서부연안 보건 동맹을 결성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민주당 성향의) 북동부 여러 주를 포함한 다른 주들도 보건 동맹 동참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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