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건전성' 중시한 이시바 총재 사임으로 부양정책 기대감 확대
차기 유력 총재 후보 다카이치, '아베노믹스' 재현하나
재정건전성 우려에 장기채 중심 금리 상승
2025년 8월 12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니케이225 주가를 표시하고 있는 전자 시세판.(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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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 전격 사임을 표명한 가운데, 일본 증시가 8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국 혼란에도 불구하고 경기 부양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자극하면서다. 반면 엔화와 일본 국채는 정치 불확실성과 재정 확대 우려로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확장적인 재정정책 추진 기대감
이날 닛케이 평균주가는 전일 대비 800엔 넘게 상승하며 4만 3800엔대를 돌파, 지난 8월 18일 기록한 종전 최고치(4만3714엔)를 뛰어넘었다. 투자자들은 차기 정권이 대규모 경제 대책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며 증시로 자금을 유입하고 있다. 특히 해외 투자자들이 재정 확장 정책을 수혜로 보는 업종에 집중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재정건전성’을 강조한 이시바 총리가 사임하면서 시장 내에서는 여당이 참의원·중의원 모두에서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야당과의 협력을 위해 보다 확장적인 재정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퍼지고 있다. 차기 자민당 유력 총재 후보로 지목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의 경우 ‘여자 아베’라고 불릴 정도로 아베노믹스를 옹호하는 인물로 중앙은행 초저금리 정책 유지를 주장하며 경기회복을 위한 정부 지출 확대를 지지해왔다.
GCI자산운용의 이케다 다카마사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만약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된다면, 이는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재료”라며 “정부 지출 확대를 강하게 지지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같은 날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약세·달러 강세가 진행되며, 엔·달러 환율은 1달러=148엔 44~148엔 45전으로 올라갔다. 앞서 5일 미국 고용지표가 부진하게 발표되며 일시적으로 146엔대 후반까지 강세를 보였던 엔화는 이시바 총리의 퇴진 선언 이후 다시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엔화는 유로화 대비로도 하락해, 한때 1유로=173엔 90전까지 올라가며 2024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라카마 다이스케 미즈호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고용지표 이후 달러가 약세를 보였지만, 엔화는 오히려 약세 흐름을 보였다”며 “정치적 불안정과 재정 불균형 우려로 인해 엔화는 당분간 달러 대비 매수 매력이 낮은 통화로 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엔·달러 환율이 150엔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엔화 약세가 이뤄지면 수출에 호재일 것이란 전망에 실제 이날 시장에서는 ‘포스트 이시바 트레이드’가 본격화되는 모습이었다. 방위산업 대표주인 미쓰비시중공업과 IHI는 각각 4% 넘게 상승했고, 반면 일본은행(BOJ)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분석에 따라 은행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다테베 가즈노리 다이와자산운용 수석 전략가는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자민당 총재 선거는 매수 기회’라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며 “방위산업, 수출 관련주, 지방은행 등 재정 확장 정책 수혜주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당장 이시바 총재의 사임 표명에 따라 주식시장이 일제 상승했지만, 추후 총재선거에 따라 주식시장도 출렁거릴 전망이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 이외에도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 담당상, 하야시 요시마사 전관방장관, 가토 가쓰노부 재무상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마쓰모토 켄 크레디 아그리콜 매크로 전략가는 “현 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이 이시바 총리의 후임이 되는 것”이라면서도 “그는 통화와 재정 모두에서 비둘기파로 평가받고 있으며, 시장 역시 이에 따라 가격을 형성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이즈미는 중도 성향이므로 그가 총리가 될 경우, 시장은 다시 중립적으로 시각으로 돌아설 수 있다. 하야시는 재정 보수주의 성향이 강하므로 그가 승리할 경우 장단기 금리 차 축소 가능성이 높아진다”라고 말했다.
日 금리인상 요원해지나…장-단기 금리 차 ‘확대’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재정정책이 확대되면서 초장기채를 중심으로 금리가 상승(채권 가격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면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강해지면서 단기채는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블룸버그의 마켓 라이브 전략가 마크 크랜필드는 “시장의 서사는 초장기 구간의 금리 스티프닝(장단기 금리 차 확대)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단기 금리는 미국 국채 약세의 영향으로 지지를 받겠지만, 공격적인 투자자들은 5년-30년물 금리 스프레드에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날 채권 시장에서 5년물 일본 국채는 전 거래일 대비 2bp(1bp=0.01%포인트) 내린 1.092%를 기록한 반면 30년물 금리는 3.1bp 오른 3.263%를 기록하고 있다.
이스트스프링인베스트먼트의 고 롱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 참여자들은 일본은행이 정책 결정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을 더 우려하고 있다”며 “9월과 10월 예정된 BOJ 정책회의가 국채와 엔화 향방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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