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6 (토)

    이슈 영화계 소식

    ‘음악감독’ 프라이머리 “영화 음악은 주객전도되지 않아야”[제천은 지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9일 폐막하는 제21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아시아에서 유일한 음악영화제다. 올해는 영화 음악가를 길러내 온 제천영화음악아카데미(JIMFA)가 개소 20주년을 맞은 해다. 지난 1년간 개봉한 한국 장편 영화의 음악감독을 대상으로 한 경쟁 부문 ‘뮤직인사이트’ 예심에는 JIMFA를 거쳐 간 수료생 703명 중 102명이 투표로 참여했다. 경향신문은 본심에 오른 7편의 작품 중 <탈주>(이종필 감독)의 달파란 음악감독과 <대도시의 사랑법>(이언희 감독)의 프라이머리(최동훈) 음악감독을 만났다.


    경향신문

    <대도시의 사랑법> 프라이머리 음악 감독이 7일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영화 상영 후 GV 시간에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언희 감독의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은 자유분방한 여자 재희(김고은)와 남자를 사랑하는 흥수(노상현)의 우정을 그린다. 클럽을 활보하던 20대 초반의 에너지는 취업 문제, 커밍아웃의 위험 등 현실 앞에 쓸쓸히 식는다.

    ‘씨스루(Feat. Zion.T, 개코 of 다이나믹듀오)’, ‘자니(Feat. 다이나믹 듀오)’로 잘 알려진 음악 프로듀서 프라이머리(최동훈)가 작업한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은 영화에 아련한 정서를 부여한다. 영화 음악의 역할을 다하면서도 가수 스텔라장, 샘김 등의 참여로 대중성까지 잡은 OST라는 평을 받았다.

    충북 제천 한 공간에서 6일 만난 프라이머리는 “좋아하는 감성의 영화라 시나리오를 받고 바로 ‘잘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했다. 국내 상업영화 중 사실상 첫 퀴어 영화였던 만큼 “소중한 기회”라는 생각에 “퀴어한 소재를 의도적으로 덜 무겁게 풀어내려 했다. 음악도 보다 대중음악의 영역에서 접근했다”고 했다.

    경향신문

    <대도시의 사랑법> 포스터.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 편의 성장담이기도 한 영화에서 느낀 계절감을 음악에 녹였다. 프라이머리는 “대학 신입생 때는 순수한 봄 같고, 뜨거운 ‘애니멀라이프’가 시작되는 여름을 지나 갈등이 생기는 가을, 성숙해지는 겨울이 있고 난 뒤에 다시 봄이 온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 프랑스 유학파인 재인을 생각하며 불어로 된 사랑 노래를 스텔라 장에게 의뢰했다.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들이 출연한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2007)의 음악을 한 적 있지만, 넷플릭스 영화 <사냥의 시간>(2020)을 기점으로 영화·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작품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예기치 못한 일이었다. 2020년 힙합 레이블 아메바컬처에서 나온 당시 그는 “제 작업을 활발히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공연 업계가 위축되면서) ‘큰일 났다’ 싶었다”고 했다. 때마침 OTT 작품 의뢰가 들어오며 음악 감독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경향신문

    음악 프로듀서 겸 음악감독 프라이머리.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5년 사이 그는 ‘요즘 뜨는’ 음악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D.P.> 시리즈(넷플릭스), <약한영웅> 시리즈(웨이브·넷플릭스), <킬러들의 쇼핑몰>(디즈니플러스), <뉴토피아>(쿠팡플레이) 등 각종 OTT 대표작을 맡았다. 프라이머리는 “그러면서 <파일럿>, <대도시의 사랑법> 등 영화까지 작업이 이어졌다”고 했다.

    서사에 감정 이입을 많이 하며 음악을 만드는 편이다. 프라이머리는 “내가 느껴야 관객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약한영웅 Class1>에서 극 중 수호(최현욱)가 마지막 결투에서 크게 다칠 때, ‘헉’하고 ‘무언가 잘못됐구나’라는 감정을 전달하도록 그는 ‘이 장면을 몇 번이고 본 나조차도 울어야 할 것 같은 감정’이 들 때까지 작업을 계속했다고 한다. 음악을 넣지 않고 공기 소리만으로 상황을 표현했다.

    프라이머리는 영화 음악을 할 때 “주객전도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중시한다고 했다. 그는 “음악이 많이 안 나오는 영화를 좋아한다. 음악은 어디까지나 영화를 도와주는 양념 역할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음악을 안 넣어도 될 때는 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주객전도’를 의도한 앨범을 만들어보고 싶다고도 했다. 앨범의 트랙마다 옴니버스 영화 같은 영상을 기획해 “트랙리스트에 오히려 영화가 붙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는 “함께 작업한 몇몇 감독님들께 얘기해보기도 했다”며 “큰 제작비가 들 것 같아 어찌 될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해보고 싶은 꿈”이라고 했다.


    ☞ [제천은 지금] ‘탈주’ ‘애마’ 달파란 음악감독이 말하는 ‘만드는 것’의 재미
    https://www.khan.co.kr/article/202509091646001


    제천 |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주 3일 10분 뉴스 완전 정복! 내 메일함에 점선면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