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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4 (수)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중재국'을 친 이스라엘…트럼프 "몰랐다", 전문가 "외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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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도부를 겨냥해 휴전을 중재해온 카타르의 도하에서 벌인 공습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스라엘의 공습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공습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은 외교 자체에 대한 공격이라고 지적하며 미국의 외교 노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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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14일(현지시간) 도하 왕궁에서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과 협약서 서명식을 마친 뒤 떠나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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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시내에서 취재진을 만나 카타르 공습 관련 질문을 받고 "기쁘지 않다"고 반복해 말한 뒤 "이건 좋은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인질이 돌아오기를 바라지만, 오늘의 상황은 탐탁지 않다"라고 했다.

    이스라엘이 사전에 공격을 통보했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내일 완전한 성명을 내겠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도 "이번 공격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결정일 뿐, 나는 승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은 이날 하마스 지도부를 노리고 카타르 수도 도하에 공습을 가했다. 이스라엘이 친이란 세력을 공격한 적은 있지만, 휴전 협상을 주도해 온 카타르를 타격한 것은 이례적이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이번 공격이 "완전히 독립적인 이스라엘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사우디아라비아·레바논·이란·튀르키예 등 아랍국가는 물론 프랑스·영국 등 유럽에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미국도 이번 공격을 비판하면서 자국의 개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공격이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고, 캐롤라인 레빈 백악관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공격하고 있다는 보고를 미군으로부터 받았다"며 사전에 몰랐다는 취지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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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가 9일(현지 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알사니 총리는 이스라엘의 도하 공격에 대해 "이번 공격은 국가 테러"라며 "우리는 이 노골적인 공격에 대응할 권리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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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카타르를 비롯한 아랍국들은 미국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로이터와 CNN, 예루살렘 포스트 등은 백악관과 이스라엘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이 이번 공격에 관해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암묵적 승인 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공격이 미국의 외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하산 알하산 국제전략연구소 중동 정책 수석연구원도 "미국이 암묵적으로 승인했든 적극적으로 조장했든 이는 아랍국들과 미국의 관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퀸시 연구소의 트리타 파르시 박사는 이스라엘이 미국에 공격 승인을 받으려 했다는 보도와 관련 "미국이 카타르를 공격하는데 공모했다면 카타르에 대한 미국의 안보 지원과 카타르 영토에 미군기지를 두는 것이 무슨 가치가 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안보 문제를 미국에 맡긴 걸프협력이사회(GCC) 회원국 지도자들이 지금 이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는 이스라엘의 공격을 미리 알렸다는 미국 측 주장을 부인하며 "미국은 이스라엘 공격이 시작된 지 10분 뒤에야 경고했다. 100% 배신행위"라고 비난했다.

    이번 공격이 트럼프 행정부의 평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BBC는 한 서방 고위 외교관의 "이제 외교는 없다"는 말을 인용하며 이번 공격으로 트럼프 정부의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가 추진했던 평화 노력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짚었다.

    미국의 비영리 싱크탱크 국제정책센터(CIP)의 부소장인 매튜 더스는 가디언에 "이번 공격은 외교 자체에 대한 공격이며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인종 청소 작전을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라며 "만약 이번 공격이 미국의 승인 아래 진행됐다면 트럼프가 '평화 중재자'라는 주장에 결정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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