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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미중 무역갈등 속 中, 대두 수입 전면 중단…"美 농가 생존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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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수입 중단에 美 농가 큰 타격

    세계 최대 수입국 중국, 브라질·남미로 눈 돌려

    美 농가 “중국 없는 미래, 버티기 힘들다”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미국 농부들이 가을 수확철 앞두고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대두 수입국인 중국이 미국산 대두 구매를 전면 중단하면서다.

    이데일리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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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현지시간) 월스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무역전쟁의 협상 카드로 삼고 있는 미국 농민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대두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싸움에서 휘두르는 강력한 무기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수년에 걸쳐 미국 농산물의 최대 고객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급성장한 중산층의 식생활 변화로 인해 돼지고기와 가금류 소비가 늘면서 사료용 대두 수요가 급증했다. 미국 농가들은 이에 맞춰 밀·옥수수에서 콩으로 재배지를 배꾸고 곡물기업들과 철도회사들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중국 시장에 맞춘 공급망을 구축했다.

    하지만 미중 부역 갈등은 이 균형을 무너뜨렸다. 평소 같았으면 중국은 가을 수확을 앞두고 대규모 구매 계약을 체결한다. 그러나 올해는 계약이 전무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 부과 이후 중국은 대두 수입을 위해 브라질로 눈을 돌렸다. 지난해 중국이 수입한 대두의 70% 이상이 브라질산이다. 중국 국영기업들은 브라질에 항만, 철도, 저장 시설에 대거 투자하며 공급망을 강화를 통해 ‘탈 미국화’를 서두르고 있다. 최근에는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로 수입선을 다변화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 농가의 수익성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미국산 대두의 4분의 1이 중국으로 수출되는데, 지난해에만 약 130억달러 규모였다. 그러나 올해는 중국 수요가 사실상 사라지며 대두 가격이 폭락했다. 미 농무부 추산에 따르면 농민들은 에이커당 100달러 손실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농가들은 기계와 비료 구매를 줄이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현 정부에도 추가 보조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켄터키주의 농부이자 미국대두협회(ASA) 회장인 케일럽 래글랜드는 “이대로라면 많은 농가가 생존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은 미국 정부를 직접 겨냥하지 않고 농민을 압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주중 미국 대사인 셰펑은 최근 “봄에는 혼란과 혼돈을 겪었고, 이제는 수확기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농민을 통해 정치적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중국은 자국 내 대두 생산 확대에 보조금을 쏟아부었으나 수입 대체에는 실패했다. 그 대신 사료 내 대두 사용량 축소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돼지 사육 기업인 무위안푸즈는 첨단 사료 기술을 통해 돼지 사료 내 대두박 비율을 기존 10~17%에서 7% 수준으로 낮췄다고 밝혔다.

    미국 농부들은 이제 중국 없는 새로운 출구를 찾아야 한다. 농기계·비료 구매를 줄이고, 대체 수출 시장 개척 및 바이오디젤용 대두유 확대, 대두 기반 아스팔트 활용 같은 신규 수요 창출을 모색 중이다. 아이오와주의 농부 앤디 힐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중국이 우리의 콩을 사줄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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