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적 공표’ 수준 넘어 주변국에 설명
한·미·일 맞서 북·중·러 관계 강화 의도
전문가 “현실성 있는 정책 준비해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북한이 국제사회에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평화 통일을 포기하는 정책을 설명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13일 일본 교도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남북 평화 통일을 포기하는 정책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회담 직후 중국 측 발표 내용에는 통일 포기에 대한 지지가 별도로 명기되지는 않았다.
교도통신은 또 김 위원장이 지난 3일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도 같은 내용을 말했고, 푸틴 대통령은 지지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지난 8월, 몽골을 방문한 태형철 북한 사회과학원장도 현지에서 ‘적대적 두 국가’와 통일 포기에 대한 견해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회담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실제로 김 위원장은 2023년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연설에서 한미일 공조에 맞선 ‘신냉전’ 외교를 선언한 바 있다. 이는 중국, 러시아와 외교 관계를 강화해 한국을 견제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중·러 협력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 유지를 위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북한을 이용하는 것”이라며 “실제로 김정은, 푸틴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했지만 북·중·러 회담은 열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내부적으로만 공표된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변국들에 설명했다는 의미 정도”라며 “이를 중러가 받아들여 단결된 북·중·러 연대를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입장에서는 경주에서 개최되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주석이 참석하는 만큼 한국과 밀착하지 않게 사전 작업을 할 필요도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해서는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 위원은 “북한이 2018~2019년처럼 미국과의 담판에 기대될 때보단 선택지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는 당장 북한과 무엇인가를 하기보단 북미 간 대화가 진척되는 것을 보며 때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홍 위원은 “북한이 국제사회에 분명한 입장을 밝힌 만큼 우리도 ‘차가운 공존’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서로 대화를 하진 않더라도 긴장을 조성하지 않는 현실성 있는 정책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주 3일 10분 뉴스 완전 정복! 내 메일함에 점선면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