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생명보험사 자산운용 전략/그래픽=윤선정 |
보험업계가 정체된 본업의 성장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자산운용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저금리와 저출산으로 인한 시장 정체 속에서 해외 사모펀드·대체투자 등 새로운 투자처 발굴을 통해 체질 개선과 수익성 제고에 나서는 모습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최근 유럽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헤이핀캐피털매니지먼트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운용 역량 확대에 나섰다. 이번 계약은 해외 자산 투자처를 넓히고 보험사의 전통적인 채권·주식 중심 운용 틀을 벗어나 수익 다변화를 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화생명과 흥국생명은 국내 최대 부동산 전문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 나란히 뛰어들며 사활을 걸고 있다. 이지스를 품는 것이 미래 운용 경쟁력 강화의 핵심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회사 내부에서는 "이번 인수전은 놓칠 수 없는 승부처"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의지가 강하다.
이지스는 운용자산(AUM) 67조원 규모의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로, 상업용 빌딩·주거용 부동산·물류센터 등 다양한 자산을 다뤄왔다. 안정적인 임대수익과 국내외 운용 경험을 보유해 장기 투자 기반을 원하는 보험사들에 매력적인 매물로 꼽힌다. 이르면 오는 10월 본입찰이 시작될 예정이며 업계에서는 연내 매각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라이프는 글로벌 대체투자 강자인 아폴로와의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통해 자산운용 다변화에 힘을 싣고 있다. 보험자산 운용에 특화된 아폴로의 투자 플랫폼과 자문 서비스를 활용해 다양한 투자 기회를 확보하고 운용 역량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고위험·고수익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적극 편입해 장기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자산운용을 새로운 승부처로 삼는 배경에는 보험업 자체의 성장 정체가 자리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와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해 보험영업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실적에서도 투자 손익의 크기에 따라 보험사별 희비가 엇갈렸다. 삼성생명은 2분기 보험손익과 투자손익이 모두 늘며 전년 동기 대비 순익이 10% 증가했다. 반면 한화생명은 보험·투자 부문이 모두 부진해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48% 줄었다. 흥국생명과 신한라이프는 보험손익은 감소했지만 투자손익이 늘어나면서 순익이 각각 5%, 6.7% 증가해 방어에 성공했다.
특히 생명보험사는 손해보험사에 비해 판매할 수 있는 상품 종류가 제한적이어서 신계약을 통한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대신 운용 자산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자산운용 능력이 곧 회사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최근 건강보험 판매 경쟁이 불붙었지만, 과열로 사업비 부담이 커지며 수익성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생보사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해외 투자와 대체투자에 나서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히 보험 영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뚜렷한 만큼 운용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글로벌 투자 역량 확보가 곧 회사의 체질과 수익성을 좌우할 것"이라며 "자산운용 전략은 보험사의 생존과 직결된 과제"라고 말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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