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사퇴를 요구한 가운데 1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정효진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대통령실까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직접 겨냥해 사퇴를 압박하자 법원 내부에선 당혹감과 함께 우려 섞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 주말부터 이어진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의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따로 공식 입장은 없다”고 15일 밝혔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지난 12일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사법부가 헌신적인 사명을 온전히 완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판의 독립이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면서 “법관 여러분은 어떠한 어려움에도 흔들림 없이 오직 헌법을 믿고 당당하고 의연하게 재판에 임해달라”고 밝혔다. 같은 날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도 “헌법상 사법권 주체인 사법부의 공식적 참여하에 공론화 절차 없이 사법개혁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데 우려를 표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자 민주당에서 대법원장을 직격한 비난이 이어졌다. 지난 14일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조 대법원장을 향해 “사법 독립을 막고 내란 재판의 신속성과 공정성을 침해하는 장본인”이라며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한 데 이어 이날 정청래 민주당 대표까지 “대법원장이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 대통령실까지 이날 ‘원칙적 공감’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은 거세졌다.
이날 조 대법원장은 ‘사법개혁’ 입법 추진과 관련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난 12일 출근 때 말한 것과 달리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법원도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비롯해 언급 자체를 극도로 자제하는 분위기다.
다만 법원 내부에선 사법부 수장을 향한 사퇴 압박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역사적으로 법관의 재판 독립이 침해되는 경우 판사들이 연판장을 돌려 대법원장에 항의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외부에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사퇴를 요구하며 사법부를 흔드는 경우는 못 봤다”며 불편함과 걱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표면적으로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가 논란이지만, 결국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대법원장이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것 아니냐”며 “법관이 재판을 빌려서 고의로 위법하게 특정인에게 불리하도록 뭔가를 했다면 수사기관에서 처벌받아야 하는 문제다. 그게 아니라 재판 결과가 단순히 불충분하고 미흡해 보인다는 이유로 사법부 수장을 압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직접 선출은 아니지만, 대법원장 역시 대통령이 지명해 국회의 동의를 거치는 등 헌법에 따라 임명되는 것”이라며 “그런 절차와 법적 근거에 대한 존중은 없이 정치권에서 사퇴론을 던지고, 대통령실에서 화답하듯이 받는 것처럼 보이는 이 상황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뽑았기 때문에 대통령과 국회의원에게 민주적 정당성이 있는 건 맞지만, 그게 법원의 역할을 정한 헌법적 가치를 넘어서느냐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선출된 권력이라고 해서 국민의 의사를 더 잘 받들고,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논리야말로 법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라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주 3일 10분 뉴스 완전 정복! 내 메일함에 점선면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