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17일 “한반도 비핵화는 한국과 미국의 궁극적인 목표”라며, 북한의 반응과 관계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북핵 해법으로 ‘동결→감축→폐기의 단계적 접근’을 제시하며 “무엇보다 협상 과정의 복원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또 “북·중·러와의 관계를 지금보다 개선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며 긴장 완화와 대화 재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北 ‘좋든 싫든’ 비핵화는 한국·미국의 궁극적 목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편집인 간담회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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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실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간담회에 참석해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목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먼저 중단시키고, 줄이고(축소), 폐기하는 수순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위 실장은 “다만 (더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든다고 해도 이는 도식적인 것일 뿐 현실에서 그렇게 유용한 것이 아니다”면서 “우선 가장 급한 것은 협상 과정의 복원”이라고 강조했다.

위 실장의 이러한 발언은 이재명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핵 해법으로 제시한 ‘3단계 비핵화론’과 일치한다. 이 대통령은 새 정부의 북핵 정책 목표를 한반도 비핵화로 설정하면서 1단계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동결, 2단계는 감축, 3단계는 완전한 비핵화 도달이라는 로드맵을 제시한 바 있다.

위 실장은 우리나라의 비핵화에 대한 입장은 분명하다며,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문제도 핵무장이 아닌 산업적 이용임을 강조했다. 그는 “저희는 철저히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 하에서 비핵화 입장에 서서 이 문제(원자력 협정 개정)를 보고 있고, 그런 입장에서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원자력 협정 개정은) 경제·산업적 이유로 접근하는 것이다. 혹자는 이걸(핵무장 문제와) 섞으려 하지만 저는 완강하게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위 실장은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두 정상 간의) 만남 가능성이 크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한·미 관세협상 중요한 것은 내용…국익 중심 접근”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국익 중심의 접근이 중요하다”며 “(협상이) 장기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해야 하며 국익을 적절히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며 “큰 손해가 되는 합의는 지속 가능하지 않고 한·미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장은 협상에 진전이 없지만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고, 최근에도 워싱턴에서 협의했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고율 관세 부담은 감안해야겠지만 한·미 간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내년 중간선거를 의식해 합의 서명을 미룬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아니다”라며 “미국 내 선거나 소송 추이를 기다려보는 ‘시간 끌기’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관세 협의 불발이 안보 협의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에 대해 “크지 않다”며 “양쪽(관세·안보) 패키지가 독자성을 갖고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서는 “넘지 말아야 할 좌표를 지켜가며 협의했기 때문에 안전장치가 어느 정도 있다고 본다”고 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편집인 간담회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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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실장은 북·중·러와의 관계 개선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최근 북·중·러 움직임 등 주변 정세를 보면 북한이 단기간에 대화에 나설 이유는 크지 않다”면서도 “그럼에도 북·중·러와의 관계를 지금보다 개선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했다. 이어 “북한이 즉각 호응하지 않더라도 우선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간 우리 정부는 안보나 억지력이 손상되지 않는 한에서 긴장 완화 조치를 시행해왔다. 앞으로도 신뢰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