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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27 (금)

    20년째 제자리인 다문화 감수성[이희용의 세계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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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용 언론인·이데일리 다문화동포 자문위원 기고

    다문화정책 20년, 체류외국인 5배↑

    이민·동포정책 중장기 로드맵 필요

    [이희용 언론인·이데일리 다문화동포 자문위원] 2006년 4월 26일 청와대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국정과제 회의가 열렸다. 정부는 대통령 자문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가 법무부·교육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 등과 함께 마련한 ‘여성 결혼이민자 가족 및 혼혈인·이주자의 사회통합을 위한 지원대책’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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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6년 4월 26일 청와대에서 국정과제회의(여성결혼이민자 가족 및 혼혈인·이주자의 사회통합 지원방안)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골자는 △라이따이한(한국계 베트남인)이나 코피노(한국계 필리핀인)에게 한국 국적 부여 △국제결혼중개업 관리 법률 제정 △여성 결혼이민자 사회보장 지원 강화 △불법체류자 자녀 아동 취학 지원 △다문화 교육 강화 △‘혼혈인’ 대체 용어 지정 등이었다. 이날 회의를 시작으로 다문화정책이 본격화했다.

    노 전 대통령은 “다인종·다문화로의 진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서 “인권 신장을 위한 포용 노력을 강화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이 단일민족으로 이뤄진 나라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문화 사회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글로벌 국가로 나아가겠다는 선언이었다.

    같은 해 5월 26일 청와대에서는 외국인정책회의가 열려 관련법 제정 방향과 총괄 기구 설치 방안 등을 논의했다. 2007년 5월과 2008년 3월 각각 재한 외국인 처우 기본법과 다문화가족 지원법을 제정한 데 이어 2009년 총리실 산하에 다문화가족정책위원회를 설치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시작된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운동의 영향으로 중국과 동남아 출신의 결혼이주여성이 급증했다. 2005년 국제결혼 비율이 전체 결혼 건수의 13.6%에 이를 정도였다. 국제결혼으로 태어난 다문화 자녀가 학령기에 접어들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상태였다. 고용허가제에 따라 2004년부터 이주 노동자가 입국했고 전국의 대학들도 유학생 유치에 적극 나섰다.

    다음 달이면 정부가 다문화정책을 펼친 지 20주년을 맞는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2026년 2월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은 270만9989명으로 대한민국 인구의 5.25%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결혼이민자는 18만8959명이고 외국인 유학생은 31만439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초 기준으로 초중고 및 각종학교의 다문화 학생 수는 20만2208명(4.0%)에 이른다(한국교육개발원 교육기본통계). 20년 전보다 체류 외국인은 5배, 결혼이민자는 9배, 외국인 유학생은 5배, 다문화 학생은 30배가량 늘어났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다문화 인식은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성평등가족부가 2012년부터 3년마다 실시하는 국민의 다문화 수용성 조사 결과를 보면 뚜렷하게 나아지는 경향을 발견할 수 없다. 국내외적으로 경기침체, 청년 실업, 코로나19 창궐, 전쟁, 난민 위기 등의 악재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범정부 차원의 다문화 정책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K팝과 K드라마 등이 이끄는 한류 열풍에 힘입어 세계인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려 하고 한국인과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데 정작 우리가 외국인을 무시하고 혐오 표현을 일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고 옳지도 않다. 심지어 음모론에 빠져 특정 국가나 특정 국민을 공격하는 것은 국격을 떨어뜨리는 것을 넘어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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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11월 30일 서울 중구 순화동 KG타워 하모니홀에서 열린 ‘2023 다문화미래대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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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 정책 20주년을 앞두고 제안한다. 우선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하고 그동안의 정책 성과를 정확하게 평가한 뒤 종합적이고 중장기적인 구상과 이를 이행하기 위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로 “외국인·이민정책을 통합 조정하는 총괄 기구를 설치하라”는 20년 전 대통령 지시를 하루빨리 이행해야 한다. 교육부·법무부·고용노동부·성평등가족부 등으로 소관 업무가 쪼개진 상태에서는 효율적인 정책 집행이 불가능하다. 이민청 신설도 근본적인 대응책은 아니다. 동포와 다문화는 동전의 양면인 데다 귀환 동포도 증가하고 있으므로 재외동포청과 합친 이민동포처 신설이 바람직하다.

    셋째, 관련법을 마련하고 손질해야 한다. 차별금지법안은 2007년 국회에 제출된 이후 20년째 햇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국적과 인종 등을 이유로 차별하거나 공개 장소에서 혐오를 드러내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조항을 명문화해야 한다. 외국인기본법이나 다문화가족법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고용허가제는 인권 침해 요소가 많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숱하게 받아 왔는데도 뼈대는 그대로다.

    넷째로 다문화 이해 교육 혹은 세계시민 교육을 확대 강화해야 한다. 인권 감수성이나 포용 능력은 저절로 길러지기 어렵다. 초중등학교 정규 과목에 포함하는 동시에 범국가적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예산이 들더라도 사회적 갈등 비용에 견주면 훨씬 적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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