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프레스센터에서 ‘편집인협회 초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위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5.9.17 [이승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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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과 정부가 한미 관세 협상 장기화에 대비해 관세 피해 기업 지원책 모색에 나섰다. 미국 정부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요구를 고집하고 있어 이른 시일 내에 후속 관세 협상 타결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17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한 한국신문방송편집인 간담회에서 한미 관세 협상과 관련해 “우리의 국익을 적절한 범위 내에서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당장은 진전이 없지만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의 과정을 거쳐 뭔가 타협점을 찾아갈 것으로 생각한다”며 “언제쯤이라고 말씀드리지 못하지만 타결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위 실장의 이 같은 발언은 전날 대통령실이 “시한에 쫓겨 손해 보는 합의에 서명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같은 호흡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16일(현지시간) 일본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를 15%로 인하하는 조치를 발효했다. 이전까지 일본은 27.5%의 관세를 물고 있었다. 반면 한국은 미국과 아직 큰 틀에서 무역협정 합의를 했을 뿐 세부 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최종 타결이 완료되지 않은 터라 미국 수출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의 대미 수출 1위 제품인 자동차의 경우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25%의 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위 실장의 발언은 협상의 ‘속도’보다 ‘내실’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내부 회의에서 “국익이 최우선이며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타결하지 말라”는 취지의 주문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본이 5500억달러 대미 투자펀드를 대부분 현금 출자하고, 수익의 90%를 미국에 내주기로 한 것과 관련해 “이런 식의 타결을 해선 안된다”는 기류가 강하다.
다만 위 실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고율 관세가 우리에게 부과되는 점은 감안해야겠지만, (한미 간)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타결 가능성을 열어뒀다.
정부에서는 협상 장기화에 대비해 기업들의 대미 수출 감소 상황을 견뎌낼 수 있는 지원 방안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수립한 ‘미국 관세 협상 후속 지원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미국의 관세 부과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기업들을 위해 13조6000억원의 정책자금을 연내 긴급 지원할 예정이다. 관련 자금은 △한국산업은행 3조원 △한국수출입은행 6조원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4조2000억원 △중소기업진흥공단 4000억원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꾸려진다.
수출기업의 유동성 확보를 위한 무역보험 공급 규모는 역대 최대치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현재 256조원인 올해 무역보험 공급 규모를 270조원으로 늘리고, 보험·보증료 60% 할인 대상을 기존 품목관세 업종에서 전 업종으로 넓히기로 했다.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기업에 대해서는 5700억원 규모의 맞춤형 틈새 지원이 이뤄진다. 우선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 이차보전 사업이 신설된다.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1500억원 규모의 대출 지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철강 핵심 원자재에 대한 긴급할당관세를 연내 적용해 수출기업들의 원가 부담을 경감할 예정이다.
국회에서도 한미 관세 협상을 서둘러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일본의 협상 결과를 볼 때 우리는 저렇게 막 퍼줘서는 안되겠다는 것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며 “다소 고통스럽더라도 국익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협상을 해야 되지 않느냐는 것이 민주당과 정부의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일본이 사실은 빈손으로 거의 다 내준 상황이어서 우리도 압박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봐야 될 것 같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나 다른 품목도 관세를 올릴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우리가 급하다고 해서 전체적인 걸 망쳐서는 안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480조원 정도를 투자하기로 약속했고 관세는 1년에 많아야 20조원 정도다. 이걸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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