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아프간에 미군 재배치 시사
“中핵기지 밀접” 군사거점 활용 의지
2021년 바이든 정부때 전면 철수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아프간 바그람 공군기지를 미국에 돌려주지 않는다면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백악관 취재진에게도 “우리는 지금 아프간 측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며 이를(바그람 공군기지를) 즉시 되찾기를 원한다”며 “그들이 하지 않으면 내가 무엇을 할지 알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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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람 공군기지는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북쪽으로 47km 떨어진 곳에 있다.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국은 이 테러를 기획한 오사마 빈라덴 알카에다 지도자가 아프간을 통치하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탈레반의 보호 아래 은신 중이란 점을 파악한 뒤 아프간을 공격했다. 미군이 2021년 아프간에서 철수할 때까지 이곳을 중심으로 아프간에서 군사 작전을 펼쳐 왔다. 한때는 미군 10만 명이 상주할 정도로 아프간 내 핵심 거점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그람 공군기지 반환이 필요한 이유로 “중국이 핵무기를 만드는 곳에서 1시간 떨어진 곳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대(對)중국 견제를 위해선 바그람 공군기지가 필수적이라는 것. 바그람 공군기지는 중국으로부터 약 805km 떨어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설을 통해 “(바그람 공군기지를 반환받을 경우) 중국과의 경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NBC방송도 “중동에서 진행되는 대테러 작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바그람 공군기지 반환을 위해 탈레반과 협상 중이라는 걸 시사했지만 실제 반환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자키르 잘랄리 탈레반 외교부 고위 관리는 “아프간인은 역사상 누구의 군사 주둔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립주의 노선을 지지하며, 해외 파병 및 분쟁 개입에 부정적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등 강성 지지층의 반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마가 진영은 물론이고 다수의 미국인들에게 아프간 전쟁은 20년간 이어지며 2500여 명의 미군이 사망했지만 성과는 없었던 전쟁으로 인식돼 왔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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