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철저히 이질화된 타국"
김정은(맨 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9일 공화국 창건 77주년을 맞아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국기게양식 및 중앙선서모임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조선중앙TV가 10일 보도한 화면이다.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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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북한) 비핵화 목표 포기 때 만날 수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22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대화 의사를 내비치면서도 사실상 비핵화 의지는 없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우선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곧이어 '핵 포기'는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김 위원장은 "핵을 포기시키고 무장해제시킨 다음 미국이 무슨 일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세상이 이미 잘 알고 있다"며 "우리는 절대로 핵을 내려놓지 않을 것"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재 풀기에 집착하여 적수국들과 그 무엇을 맞바꾸는 것과 같은 협상 따위는 없을 것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한국과는 어떤 협상도 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정치, 국방을 외세에 맡긴 나라와 통일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대한민국은 모든 분야가 미국화된 반신불수의 기형체, 식민지 속국이고 철저히 이질화된 타국"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김 위원장은 "결단코 통일은 불필요하다"며 "어느 하나가 없어지지 않으면 안 될 통일을 우리가 왜 하겠느냐"고도 반문했다. 또 이재명 정부의 '중단-축소-비핵화 3단계 비핵화론'에 대해 "우리의 무장해제를 꿈꾸던 전임자들의 숙제장에서 옮겨 베껴온 복사판"이라며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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