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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4 (수)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스라엘 ‘서안 합병’ 카드 만지작...反 이스라엘 여론 스포츠, 문화계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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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국 늘자

    분개한 이스라엘 ‘서안 합병’ 강경론 대두

    월드컵, 음악제, 학계 등 ‘이스라엘 보이콧’ 확산

    헤럴드경제

    지난 13일(현지시간)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가자 지구에서의 학살을 멈추라며 이스라엘의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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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팔레스타인을 주권 국가로 인정하는 나라들이 늘면서 이스라엘 내에서 팔레스타인 거주지인 서안 지역을 합병하자는 ‘강경론’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한 나라에 추가 제재를 하겠다는 입장까지 나온 가운데 스포츠, 문화예술계 등을 중심으로 이스라엘의 참여를 거부하는 ‘보이콧 운동’이 줄을 잇고 있다.

    21일 파이낸셜타임즈(FT)는 네타냐후 총리의 극우 연정 파트너들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거주지이자 이스라엘이 점령한 지역인 서안 지구(West Bank)의 합병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영국과 캐나다, 호주, 포르투갈 등 4개국이 팔레스타인을 공식 국가로 인정한데 대한 대응이다. 프랑스와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도 유엔총회를 계기로 팔레스타인을 공식 국가로 인정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스라엘은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FT에 따르면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과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부 장관이 고려하는 안은 서안 지구의 ‘C구역(Area C)’으로 알려진 지역을 합병하는 것이다. 이는 서안 지구의 60%를 차지하는 곳으로, 현재 이스라엘이 점령해 민간인을 통제하고 있는 지역이다.

    네타냐후의 측근인 더머 장관은 앞서 이스라엘이 서안 지구와 요르단 사이의 국경을 형성하는 더 작은 땅인 요르단 계곡을 합병하는 방안에 대해 미국의 의사를 타진한 바 있다고 전해졌다. 이마저도 부담스럽다면 이스라엘과 서안 지구를 구분하는 ‘그린 라인(Green Line)’에 가까운 정착촌들을 합병하는 안을 제시할 것이라는게 FT의 분석이다.

    연정 내 초국수주의자인 베잘렐 스모트리치 재무장관은 이달 초 독립 팔레스타인 국가라는 개념을 “영원히 제거”하기 위해 서안 지구의 82%를 합병하는 계획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이는 연정 내에서도 너무 광범위한 합병안이어서 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이 서안 지구 합병에 나서면 현재도 진행중인 민간인 피해가 극도로 커질 수밖에 없다. 유엔이 가자 지상전에 대해 ‘제노사이드(대규모 학살)’라 비판한 상황에서, 자충수를 두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스라엘이 어떤 형태로든 합병을 감행할 경우, 유럽 여러 국가들이 징벌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 여기에는 무역 제한, 지난해 유엔 최고 법원이 발표한 이스라엘의 (서안 지구) 점령을 불법으로 규정한 권고적 의견을 공식안으로 채택하는 것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서안 지구 합병은 현재 견고한 이스라엘과 미국과의 유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요 외교정책 성과로 ‘아브라함 협정’을 들고 있다. 1기 행정부인 2020년에 UAE 등 아랍 4개국이 이스라엘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아브라함 협정을 임기 내에 다른 국가들로 확대하는 게 트럼프의 바람이다. 이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서안 지구를 합병하면 아랍과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지경으로 악화된다.

    이스라엘이 서안 지구 합병 카드를 두고 고심하는 사이, 국제사회에서는 반(反) 이스라엘 여론이 스포츠, 문화계로 확대되고 있다.

    이탈리아 축구 감독 협회는 가자지구의 학살을 이유로 이스라엘의 국제 대회 출전 정지를 요구했다. 국제 축구계는 이스라엘의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참가 금지를 포함해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에서 이스라엘을 완전히 자격 정지 또는 퇴출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사이클 대회 ‘라 부엘타 아 에스파냐’에서 이스라엘 팀 출전을 취소시켰고,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가자지구에서의 야만 행위가 계속되는 한 이스라엘이 모든 국제 스포츠에서 금지되어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유럽 최대 규모의 음악제인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를 두고도 아일랜드와 스페인, 네덜란드, 슬로베니아 등은 이스라엘이 참여하면 대회에서 빠지겠다고 밝혔다.

    할리우드에서는 4500명 이상의 배우, 영화 제작자 및 기타 관계자들이 이스라엘의 전쟁행위를 겨냥해 ‘공모 종식 서약’에 서명했다. 서약에는 “팔레스타인 민족에 대한 집단학살에 연루된 이스라엘 영화 기관과 함께 영화를 상영하거나, 출연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영국은 다음 학년도부터 왕립국방연구대학(Royal College of Defence Studies)에 이스라엘인의 입학을 금지했다. 아일랜드와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여러 유럽 대학들은 이스라엘 기관과의 협력을 중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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