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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살까지 일해야 최고호봉, 비상식적"…서울대병원 노조 파업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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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박나래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장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본관 앞에서 열린 서울대병원 무기한 파업 선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5.09.22. 20hwan@newsis.com /사진=이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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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병원 측에 '임금체계 개편'과 '인력 충원' 등 요구안을 들어주지 않으면 24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재차 촉구했다. 이달 초 전공의들이 상당수 복귀했지만,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상급종합병원이 1조원 넘게 적자를 본 상태라 무기한 파업이 현실화할 우려가 커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이하, 서울대병원 노조)는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병원을 살리기 위한 노동조합의 요구에 (사측이) 수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이에 9월 17일 하루 파업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수용안을 제시하지 않아 24일 전면 무기한 파업을 선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지난 17일 1차 경고성 파업을 진행한 데 이어 19~20일 이틀에 걸쳐 노사 간 교섭을 진행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들이 파업 철회 조건으로 내세운 최우선 요구안은 '임금체계 개편'이다. 박나래 서울대병원분회장은 "서울대병원은 소위 '빅5'라 불리며 임금·근로 조건이 좋다고 입사를 희망하지만 정작 많은 인력이 힘들게 들어온 서울대병원을 떠나거나 떠날 고민 중"이라며 "2015년 불법적으로 바뀐 '72호봉'의 임금체계는 남을 밟고 올라가는 승진 구조 굴레에 빠지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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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병원 노조에 따르면 2014년 12월 서울대병원의 호봉 체계는 '5직급-40호봉' 체계에서 '9직급-72호봉' 체계로 바뀌었다. 쉽게 말하면 최고호봉에 도달할 때까지 기존엔 '40년'의 근속기간이 필요했지만, 바뀐 이후엔 72년을 일해야 최고호봉에 도달할 수 있다. 근속 1년의 가치가 기존(3만~5만원)보다 축소(1만~2만원)된 셈이다. 박나래 분회장은 "20대에 입사한다고 해도 거의 100살이 돼야 최고호봉에 도달할 수 있는 비상식적인 임금체계"라면서 "상급종합병원으로 급성기중증환자 중심의 고도의 의료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서울대병원에서 오래 일할수록 숙련과 근속의 가치를 낮게 평가받아 퇴직을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실제 서울대병원에서 5년 이상 근무한 간호사의 퇴직자 비율은 16개 국립대병원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민전 의원실이 공개한 '2021~2025년 8월 16개 국립대병원(분원 포함)의 간호사의 근무 기간별 퇴직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전체 퇴직자 6833명 가운데 근속 5년 이상 퇴직자 비율은 16.3%(1112명)로 나타났다. 반면 서울대병원의 근속 5년 이상 퇴직자 비율은 28.6%(1255명 중 359명)로 국립대병원 중 가장 높았다.

    박경득 의료연대본부장은 "단순히 임금을 많이 받겠다는 게 아니"라며 "72호봉 체계는 죽을 때까지 일해도 달성하지 못하는 단계다. 병원 측은 승진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렇게 되면 병원의 눈치를 봐야 하고, 통제를 받게 되며 전공의 성폭행 사건 폭로 등 옳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병원 업무에선 숙련된 노동자의 가치가 중요한데, 이들의 근속 가치를 낮게 평가해 직무만족도를 떨어뜨리면 결국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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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걍원대병원, 서울대병원 일반직, 서울대병원 운영기능직 호봉별 임금인상액 비교 표. /자료=의료연대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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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의료공백 사태를 맞았던 지난해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의 의료이익 적자가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면서 임금 협상에 난항이 예고된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상급종합병원 47곳 회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이들 병원의 전체 의료이익은 약 1조85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310억원 수준이던 전년보다 35배나 뛴 것이다.

    '의료이익'은 병원의 본질적 활동인 진료행위에서 발생한 순이익으로, 입원·외래수익 등으로 진료로 벌어들인 수입에서 인건비·약제비 등을 뺀 금액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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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대병원분회 조합원들이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열린 무기한 파업 선포 기자회견에서 공공의료 수용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9.2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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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서울대병원의 감소율은 32.8%(18만4696명)로 충북대병원의 감소율(36.8%, 8만3473명)에 이어 2번째로 컸다. 세브란스병원 32.6% (25만7835명), 서울아산병원 32.6%(30만2347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날 서울대병원 노조의 파업 선언에 대해 서울대병원 측은 "서울대병원은 지난 6월부터 현재까지 노동조합과 성실히 교섭해 오고 있으며, 파업 기간에도 가능한 모든 인력과 수단을 동원해 환자 불편과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겠다"며 "앞으로도 교섭에 성실히 임해 신속히 진료 공백을 해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짤막하게 입장을 전해왔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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