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개선 실패한 제조강국 獨
민관 모두 신산업·기술 외면
車고용시장 1년새 5만개 증발
성장동력 스타트업도 줄폐업
민관 모두 신산업·기술 외면
車고용시장 1년새 5만개 증발
성장동력 스타트업도 줄폐업
독일 북부 볼프스부르크 내에 위치한 아우토슈타트 [사진 = 폭스바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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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볼프스부르크에는 폭스바겐의 자동차 박물관 겸 테마공원 ‘아우토슈타트’가 있다. 유리로 된 주차 빌딩인 쌍둥이 ‘카 타워’는 유리 약 1500개를 붙여 세운 건물로 고객에게 인도를 앞둔 신차 약 750대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아우토슈타트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하루에 인도되는 차량이 500~600대였다”며 “하지만 지금은 하루 100~200대 수준에 그친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을 비롯한 현지 완성차업체의 부진은 독일 제조업 전체의 침체를 웅변한다. 어니스트앤드영(EY)에 따르면 2019년 이후 독일 제조업에서 사라진 일자리만 약 25만개에 달한다. 특히 자동차 분야는 최근 1년 사이 5만15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독일 제조업이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하는 비중도 2017년 20%에서 지난해 17%대로 낮아졌다.
세계 최고의 제조업 강국으로 불리던 독일이 위기를 맞게 된 이유는 전기차 등 신산업·신기술을 도입하는 대신에 기존의 경제 모델을 고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다니알 바야즈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재무장관은 “독일은 여전히 기초연구와 엔지니어링에서 강점을 갖지만 신기술 도입에는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소득수준에 비해 제조업 집중도가 높은 나라지만 연구개발(R&D) 투자는 내연기관 차량과 전자·기계 등 기존 산업에 집중됐다.
역성장 영향으로 동반 침체에 빠진 스타트업 생태계도 독일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스타트업 전문 조사 기관인 ‘스타트업 디텍터’에 따르면 지난해 파산한 독일 스타트업 기업은 336개에 달했다. 2021년 65개에서 5배 이상 급증한 셈이다. 파산한 스타트업 가운데는 도심항공교통(UAM) 분야 유망 업체였던 ‘볼로콥터’도 포함돼있다.
독일이 G7 국가 중 유일하게 역성장을 기록하며 ‘유럽의 병자’된 가장 큰 이유는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조업의 대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점에서 향후 필요한 정부 재원의 규모 또한 다른 나라보다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저출생·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라 연금·의료지출을 크게 늘릴 수밖에 없다. 프랑스 등이 겪고 있는 재정적자의 수렁에 자칫 독일까지 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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