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임성근 혐의' 결재→ 31일 '이첩보류'
입장 변화 배경에 '尹 전화'?... 뒤늦게 인정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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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23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전 장관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혐의자로 포함한 해병대수사단의 초동수사 결과를 결재했다가 윤석열 전 대통령 연락을 받은 뒤 사건기록 민간 이첩 보류 등 '실질적 수사외압 지시'를 내린 핵심 당사자로 꼽힌다. 이 전 장관을 거친 특검팀의 칼끝은 윤 전 대통령까지 겨냥할 전망이다.
尹 전화받고 돌변해 '수사외압' 지시 내려
이 전 장관은 이날 오전 9시 53분쯤 서울 서초구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하며 "성실히 조사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격노가 없었어도 초동 조사 결재를 번복했을지', '부하들에게 부당한 명령을 내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인 채 조사실로 향했다.
이 전 장관은 채상병 순직을 기점으로 발생한 숱한 의혹들 가운데 '본류'로 꼽히는 수사외압 사건의 중심에 있는 '키맨'이다. 이 전 장관은 2023년 7월 30일 임 전 사단장을 혐의자로 적시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초동수사 보고를 받고 결재를 내줬다. 하지만 이튿날인 31일 오후 결정을 번복하고 ①수사기록 경찰 이첩 보류 ②수사 결과 발표 언론 브리핑 취소 ③임 전 사단장 휴가처리 및 정상 근무 지시를 내렸다. 수사외압의 실질적 출발점인 셈이다.
이종섭(왼쪽) 전 국방부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5일 인천 수로 및 팔미도 근해 노적봉함에서 열린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식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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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팀은 이 전 장관의 입장 선회 배경에 윤 전 대통령 의중이 있다고 의심한다. 2023년 7월 31일 오전 대통령실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국가안보실 회의 중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으로부터 해병대수사단 초동수사 결과를 보고 받고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며 격노했다. 이 전 장관은 '격노 회의' 직후인 오전 11시 54분 대통령실 명의 전화를 받고 나서 문제적 지시들을 내렸다. 이 전 장관은 해당 전화 발신자가 윤 전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시인하지 않다가, 특검 수사 과정에서 뒤늦게 인정했다.
이 전 장관은 이 같은 최초 지시 이후에도 자신의 참모인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등을 통해 순직 사건 수사 진행 과정 전반에 개입한 정황이 있다. 최근 특검팀이 확보한 박 전 보좌관과 김진락 전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장의 통화기록 및 녹취록에 따르면, 박 전 보좌관은 사건기록 재검토를 맡은 김 단장에게 60여 차례 연락해 '이 전 장관의 뜻'이라며 혐의자 축소 등 지시 사항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尹 의중 관계없는 결정" 李 주장 넘어설까
특검팀이 수사외압 의혹의 정점인 윤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기 위해 넘어야 할 이 전 장관 측의 주요 항변 논리는 두 가지다. 이 전 장관 측은 채상병 순직 사건 이후 이뤄진 일련의 결정이 윤 전 대통령 의중과 무관하게 '장관으로서 법령이 부여한 직무상 권한에 따른 정당한 업무 처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방부검찰단은 같은 해 8월 2일 수사기록을 경찰에 이첩한 박정훈 대령을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입건했는데, 이 전 장관은 이 역시 자신의 지시라고 주장한다.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순직 해병 특검(이명현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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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장관 측은 또 자신의 이첩 보류 지시에도 불구하고 박 대령은 경찰에 수사기록을 끝내 이첩했으니 '권리행사방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특검팀은 그러나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와 하급자 진술들을 바탕으로 윤 전 대통령의 부당 개입과 이 전 장관 혐의를 규명한다는 계획이다.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이 전 장관은 조사할 내용이 많아 세 차례 이상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을 둘러싼 '도피성 호주대사 임명 의혹'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지난주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받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9월 대사·특사직을 먼저 제안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을 상대로 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가 본격화하기 전에 도피를 꾀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도피 의혹을 살펴보기 위해 박진 전 외교부 장관과 이노공 전 법무부 차관도 소환 조사했다.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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