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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이슈 연금과 보험

    부실 낙인 찍히면 존폐 기로에…"곳간 채워라" 보험사 초긴장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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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T리포트]자본확충의 덫에 갇힌 보험업계 (上)

    [편집자주] 보험사의 자본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 도입키로 한 기본자본 K-ICS(지급여력비율) 규제가 오히려 신계약 확대를 제약하는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보수적 기준만 짜깁기한 '한국형 규제'의 문제점과 개선 필요성을 짚어본다.



    보험사들 유상증자 봇물…10곳 '적기시정조치' 위기


    머니투데이

    최근 보험사 자본 확충 현황/그래픽=윤선정



    기본자본 킥스(K-ICS·지급여력비율) 규제가 하반기 도입될 예정인 가운데 보험업계가 자본 확충 전쟁에 나섰다. 최대 10곳이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 속에 대형사와 중소형사 모두 유상증자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하나손해보험은 하반기 1000억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푸본현대생명도 7000억원 증자를 결정했으며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지난 4일 1000억원 증자를 마쳤다. iM라이프는 향후 규제 가이드라인에 따라 1000억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DB손해보험 역시 지난 1일 7000억원이 넘는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선제적으로 자본을 보강했다.

    기본자본은 자본금·이익잉여금 등 손실 흡수력이 높은 '순도 높은 자본'을 뜻한다.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등 차입 성격이 강한 보완자본과 차별화된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K-ICS 유지를 위해 수조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하면서 막대한 이자비용을 부담하자 K-ICS 권고치를 150%에서 130%로 낮추는 대신 기본자본 K-ICS 규제를 도입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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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자본 K-ICS 비율 70% 미만 보험사/그래픽=윤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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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는 50%에서 70% 사이의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준을 70%로 정할 경우 올해 상반기 기준 생명보험사 6곳과 손해보험사 4곳 등 총 10개사가 적기시정조치 대상에 포함된다. 50%로 낮춰 잡아도 6개 사는 여전히 규제망에 걸린다.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한화생명(59.5%)·KDB생명(34.7%)·푸본현대생명(55.9%)·DB생명(64.3%)·IM라이프(-3.5%)·처브라이프(48.1%)가 해당한다. 손해보험사는 현대해상(53.8%)·롯데손보(-12.9%)·흥국화재(44.5%)·하나손보(22.7%)가 대상이다.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되면 자본확충 권고, 배당 제한, 상품 판매 제약 등 강도 높은 규제가 뒤따른다.

    금융당국은 기본자본 규제를 도입하더라도 유예기간을 준다는 계획이지만 기본자본 특성상 단기간에 확충이 어렵다는 점에서 보험사의 부담은 여전하다. 잠재적 적기시정조치 대상이란 점만으로 시장에서는 곧장 '부실 보험사' 낙인이 찍혀 영업력 약화와 계약자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영업력이 떨어지면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자본조달 비용이 커져 지급여력 지표가 더 악화하는 악순환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업계에서 "단순 관리가 아니라 존립을 가르는 분수령"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는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유상증자와 기본자본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어려운 중소형사는 기본자본 확충이 사실상 어렵다"면서 "이대로 제도가 시행되면 일부 보험사는 존폐 갈림길에 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계약 늘릴수록 가난해진다? 보험사 재무 흔드는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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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자본 K-ICS 문제 구조/그래픽=김현정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 강화를 위해 도입되는 기본자본 K-ICS(킥스) 규제가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계약이 늘어날수록 기본자본이 줄어드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업계에선 '영업할수록 가난해진다'는 하소연까지 나온다.

    핵심은 이익잉여금과 해약환급금준비금의 관계다. 현 제도는 신계약이 체결되면 계약서비스마진(CSM)이 늘어나 장래 수익성이 개선되지만, 동시에 해약환급금준비금도 쌓아야 한다. 문제는 필요한 준비금이 이익잉여금을 초과할 때다. 부족분은 '현재 고객에게 온전히 줄 수 없는 돈'으로 분류돼 기본자본에서 빠져나가 보완자본으로 이관된다. 보험을 많이 팔수록 기본자본이 줄어드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예를 들어 가상의 A사의 해약환급금준비금이 10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이익잉여금은 980억원에서 1100억원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400억원이 기본자본에서 빠져 보완자본으로만 인정되면서 기본자본이 악화한다.

    실제로 손해보험 1위사 삼성화재의 해약환급금준비금은 2023년 말 1조1800억원에서 2024년 말 2조2130억원, 올해 상반기 3조1920억원까지 불어나 1년 반 만에 약 170%(2조12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이익잉여금은 12조2792억원에서 13조8692억원으로 1조5900억원 증가했지만, 증가 속도가 해약환급금준비금의 가파른 상승세를 따라잡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대형사도 언제든 자본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한다.

    금융당국이 해약환급금준비금에 대한 업계 부담을 고려해 제도를 일부 완화했지만 기본자본 K-ICS에는 긍정적이지 않다. 당초 신계약이 늘면 해약환급금준비금을 100% 전액 적립해야 했으나 일정 수준 이상 K-ICS 비율을 가진 보험사에는 80%만 쌓도록 했다. 그러나 나머지 20%는 보완자본으로만 분류돼 여전히 기본자본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기본자본 비율 개선에는 기여하지 못한다.

    이 같은 역설은 장기보험 시장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 장기보험은 보험사의 핵심 수익 기반인데 자본 규제가 영업 확대를 억누르면 판매 위축과 수익성 저하로 이어진다. 결과적으로 업계 전반의 체력이 떨어지고 장기적으로 산업 성장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도 피해를 피하기 어렵다. 유상증자가 어려운 보험사가 선택할 수 있는 기본자본은 조건부 신종자본증권 발행이지만 금리가 높아 이자 부담이 크다. 게다가 이자는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만 지급할 수 있어 주주환원과 병행될 경우 재무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결국 보험사들은 자본 여력 부족이나 조달 비용 증가를 이유로 장기·고위험 상품 판매를 줄이거나 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고, 소비자의 선택권은 축소된다. 특히 보장성 상품이 위축되면 서민층의 보장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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