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갑질 제어할 장치, 반기는 점주
본사, 협상권 앞세운 경영 간섭 우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서울 마포구의 한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열린 가맹점주 권익강화 종합대책 관련 현장방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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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협상권 강화를 추진하고 가맹본부를 상대로 한 차액 가맹금 소송이 이어지는 등 점주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맹점주는 협상권 확보가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을 제어할 장치라고 강조한다. 반면 가맹본부는 가맹점주 요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올 경우 불협화음만 내고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긴장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3일 발표한 '가맹점주 권익 강화 종합 대책'은 프랜차이즈 갑질을 정조준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갑질은 가맹점주가 2024년부터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중개 수수료가 너무 높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최근 관심을 덜 받았던 사안이다. 하지만 이달 초 서울 관악구 피자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발생한 칼부림 사건의 이면에 프랜차이즈 갑질이 있다는 지적에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공정위가 이번 대책을 내놓은 배경이다.
종합 대책은 가맹본부가 일정 비율 이상 점주로 구성된 점주 단체와의 협의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경우 공정위 제재를 받는 게 뼈대다. 노동조합이 사측에 행사할 수 있는 단체협상권처럼 가맹본부와 대화 창구가 필요하다는 가맹점주 쪽 요구를 반영했다.
가맹점주는 협상력이 약해 본사에서 지정한 물건을 시중가보다 비싸게 사는 필수품목 강매 등 갑질을 당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물론 현행 가맹사업법이 가맹점주의 협의 요청권은 보장하고 있긴 하나 대표성 부족을 이유로 협의를 하지 않겠다는 가맹본부가 적지 않았다. 정종열 가맹점주협의회 자문위원장은 "그동안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집단으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며 "가맹점주가 권익을 높이려면 본사와 만나 얘기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는 공정위 종합 대책의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속을 태우고 있다. 점주 단체가 단체협상권을 앞세워 경영에 간섭하면 영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점주 단체 난립으로 협상 파트너를 정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본사·가맹점 함께 성장, 원칙 되새겨야"
3일 서울 관악구의 한 피자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발생한 칼부림 사건과 관련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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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협의 거부 가능, 복수 점주 단체와의 일괄 협의 절차 마련 등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지켜봐야 한다. 한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가맹점마다 입장이 다른데 서로 상반된 의견을 얘기하면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협상을 위해 마주 앉더라도 평행선을 달리면 갈등 상황만 부각되고 결국 브랜드 가치가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가맹본부는 가맹점주와 빚고 있는 차액 가맹금 소송도 부담이다. 현재 17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본사가 필수 품목을 팔아 남긴 이익인 차액 가맹금 반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법원 2심은 한국피자헛 가맹점주가 제기한 관련 소송에서 본사를 향해 210억 원을 돌려주라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현재 이 소송은 대법원으로 넘어간 상태다.
또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본사가 가격을 통제하고 있다면서 소송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사가 정한 가격을 따르는 건 공정한 거래를 침해한다는 취지다. 프랜차이즈는 차액 가맹금은 유통 과정에서 발생한 세금·보관·물류·인건비 등을 더한 비용을 감안해야 하고 가격 역시 적정 소비자 가격을 권하고 최종 결정은 가맹점 몫이라고 본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회사가 시끄러운 프랜차이즈는 본사와 가맹점 모두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다"며 "프랜차이즈가 지속 가능하려면 협의 기구 구성은 물론 본사와 가맹점이 함께 커야 성장할 수 있다는 원칙을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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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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